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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재미있는 거 없을까?” 다같이 골몰했다, '범죄도시3' 이상용 감독
이자연 사진 백종헌 2023-06-01

- 5월22일 언론배급 시사를 마치고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소회가 어떤가.

= 주변으로부터 고생 많았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1년 만에 후속작을 완성했다는 것에 놀라는 분들도 있고. 사실 <범죄도시2> 개봉 당시 한창 3편을 제작 중이어서 많은 감정을 누릴 새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난 1년을 새롭게 정리하는 느낌이다.

- <범죄도시2>의 순항이 속편을 제작 중이던 촬영장에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전반적으로 흥이 나지 않았나.

=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배우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했다. 이미 <범죄도시2> 때와 배우 구성이 달라진 상태여서 모두가 심정적으로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기쁜 내색도 하기 어려웠다. (웃음) 살짝 눈치를 봐야 했다.

- <범죄도시3> 기획 단계에서 주요 포인트로 삼은 부분은 무엇인가.

= 2편을 제작하던 당시 코로나19로 1여년의 공백을 가진 때가 있었다. 2020년에 촬영하고 잠시 휴지기를 갖다가 2021년 여름에 이어 찍었는데, 그 공백기 동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중 새로운 속편 아이템과 시나리오가 완성되었고 마동석 배우의 의견으로 일본 야쿠자와 한국의 두 빌런을 주축으로 사건이 벌어진다는 기본 기획이 세워졌다. 해외로 활동 범위를 넓힌 2편과 달리 한국에 일어나는 일에 국제적 범죄집단이 연루돼 있다는 설정을 세웠다. 무엇보다 두 빌런 또한 대립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빌런의 다각화를 느낄 수 있다.

- 전편보다 잔혹함이나 폭력성의 수위를 조절한 느낌이 든다. 대중성을 겨냥한 것인가.

=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같은 15세이상 관람가 심의를 받은 <범죄도시2>가 더 잔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거기에도 피해 장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칼을 들고 있다면 나는 그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줄 뿐, 칼에 맞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의 눈빛, 에너지, 표정을 부각하는 게 관객에게 더 효과적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취향이기도 하고. 내가 잔인한 걸 못 본다. (웃음)

- 실제로 영화는 마약범을 쫓지만 마약으로 인한 폭행 문제나 여성 범죄같이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짚고 가지 않는다. 같은 이유에서 이러한 생략을 결정한 걸까.

= 사실 시나리오상에선 그런 과정이 있었다. 프롤로그도 지금과 달랐다. 클럽에서 마약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으로 시작되는 내용이었다. 촬영까지 마쳤는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피해자가 여자여야 할까? 남성 피해자면 괜찮을까? 그렇다면 남성 피해자는 현실적인가? 그런데 자료 조사를 해보니 현실의 마약 범죄가 우리의 일상 턱밑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험성이 인지되면서 사건 묘사를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정보와 배경은 마석도(마동석)가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동기로서 필요할 뿐이었다. 그 적정선을 지키기 위해 편집 과정에서 많은 것을 덜어내고 걷어냈다.

- 3편에서는 대화 형태의 코믹 요소를 더 전면에 내세웠다. 많은 아이디어 회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 14시간을 내리 회의하기도 했다. (웃음)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마동석 배우를 포함한 제작진이 모여 더 웃긴 것 없냐고 서로 성화였다. 회의 분위기는 늘 재미있다. 사실 각색, 촬영, 편집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거치기 때문에 그에 대비하여 같은 장면도 여러 버전으로 촬영한다. 특히 촬영 당시 코로나19 상황이었기에 장소 섭외 등이 원활하지 않아서 여러 컷을 확보해두는 게 중요했다. 그래야만 예산 누수나 회차 누수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자간담회에서 마동석 배우는 “자가 복제를 하지 않기 위한 자기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석도에게 어떤 변화를 주려 했나.

= 단연 액션의 변별점이 중요했다. 전작에 비해 액션 분량이 두배 이상 늘었다. 1편과 2편에서 마석도가 유도와 복싱을 섞은 형태의 무술을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복싱을 강조하되 리듬감을 만들어보려 했다. 사실 많은 관객이 마석도의 원펀치 액션을 주로 기억하지만 마석도는 다양한 디테일 액션을 쌓아 마지막에 한방을 날린다. 그런데 이게 촬영이 정말 어렵다. 카메라 위치에 따라 복싱 기술을 화려하게 담기가 어렵고 배우가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합을 우선해야 한다. 또 이 합을 놓치는 순간 안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재촬영을 해야 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다시 돌아간다. 다양한 문제 상황을 주의하면서 복싱이 유려해 보이도록 조명했다. 반면 주성철(이준혁)의 경우, 주변에 뭐가 있든 그냥 집어서 때린다. 거침없는 면모를 드러내려 설정했다.

- 사운드에 많은 공을 들인 듯하다. 주먹이 지나갈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격투 신의 타격감이 크게 느껴진다.

= 공을 아주 많이 들였다. <범죄도시3>의 90%는 후시녹음(ADR)으로 진행했다. 액션 신에서 주먹 소리부터 대사까지 깨끗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주먹 소리만 혹은 대사만 후시 녹음으로 작업하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한 것인데 감사하게도 모든 배우가 흔쾌히 참여해줬다. 워낙 대사가 많은 김민재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다.

- 마석도의 주 무대도 금천경찰서 강력반에서 광역수사대로 옮겼다. 조직 구성원의 변화를 낯설어하는 관객도 있을 텐데. 전 팀원들과는 영영 이별인 걸까.

= 전혀 아니다. 시리즈가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객에게 늘 똑같은 것을 보여줄 수 없다. 신선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석도의 거처와 환경에 변화를 주었다. 그게 2편에서 베트남이었다면 3편에서는 광역수사대다. 많은 분들이 전일만 반장(최귀화), 오동균 형사(허동원), 강홍석 형사(하준) 등을 많이 그리워할 테지만 나는 그 그리움도 너무 좋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재회할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려 있다.

- 새로운 광역수사대는 배우 이범수, 김민재, 이지훈 등으로 이뤄졌다. 조합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 처음 등장하는 인물들이라 어떻게 관객에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그래서 1편을 떠올렸다. 등장인물과 관객이 초면인 건 그때도 같으니까. 광역수사대 구성원이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자리를 드러내길 바랐고, 빌런을 쫓아갈 때 형사들을 하나로 뭉쳐 덩어리감을 만들려 했다. 그래서 마석도와 형사들을 나누어 보여주려 했다.

- 세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아 너무 웃겨서 그만 하자고 말리기도 했다고. 이들이 어떤 코미디에 특화돼 있다고 보나.

= 특히 자연스러움과 일상성에 강점이 크다. 모두 속편에 대한 부담이 컸을 텐데 리허설을 거치며 호흡을 잘 맞춰갔다. 리허설 단계에서 다양한 시도를 연습하다가 웃느라 촬영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실제로 웃음이 터져서 엔지도 많이 났다. 디테일한 리허설 과정을 거친 뒤 애드리브를 적용하기도 한다. 마석도가 야쿠자가 모여 있는 클럽 앞에서 도움을 받은 뒤 “아가리토 고자이마스~”하고 말한 건 마동석 배우의 애드리브였다. 또 후시녹음 단계에서 애드리브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약을 찾기 위해 바를 찾은 마석도가 옆으로 쓰러진 건달에게 “야, 슬퍼? 똑바로 앉아” 하는 것도 후시녹음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더 재미있는 거 없을까?” 하고 물으면 바로 모든 배우들이 다 함께 골몰한다.

- 새로운 빌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준혁 배우가 <범죄도시3>에서 첫 악역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성철은 어떤 설정으로 시작되었나.

= 주성철은 흔들리는 빌런이다. 자신의 영역을 좁혀오는 마석도와 또 다른 대결을 펼치는 리키(아오키 무네타카)까지 외부로부터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1편의 장첸(윤계상)과 2편의 강해상(손석구)은 마석도를 보고 도망가는 기회가 있지만 주성철에겐 그런 여지를 차단해보고 싶었다. 애초에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다면 이 빌런은 어떻게 대처할까? 깡과 자신감 그리고 뻔뻔함이 어디서 나올까?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싶었다. 자칫하면 약해 보일 수 있지만 주성철의 흔들림은 악행에 박차를 가할 발판일 뿐 유약함의 증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준혁 배우도 20kg 이상 벌크업을 해내며 악역을 체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처음엔 너무 미남에다 날씬해서 어울릴지 걱정도 됐는데 자신의 외연을 깨보려는 의지가 강했다. 비주얼부터 눈빛까지 주성철 그 자체였다.

- 야쿠자 조직의 두목 이치조는 배우 구니무라 준이 맡았다. 짧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 정말 무서웠다. 아우라가 어마어마한 배우다. 동시에 너무 좋았다. 구니무라 준은 하룻동안 모든 장면을 촬영해야 했는데 특유의 집중력으로 알차게 마칠 수 있었다. 당시 해외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한국을 찾아 촬영에 임해주었다.

- 일본 정서나 야쿠자 조직에 관하여 리키 역의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 이치조로부터 명령을 받아 한국에 들어온 리키는 판을 흔들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 독단적으로 움직이길 바랐다. 이치조의 지시를 받고 입국하긴 했지만 마약을 보고 이 사람도 욕심이 생기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오키 무네타카가 의견을 내길, 리키는 온전히 이치조의 의지와 뜻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인물이기 때문에 배신을 생각하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게 아마도 일본에 내재된 충성, 정절의 정신인 듯했다. 아오키 무네타카의 의견 덕분에 미묘한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살필 수 있었다.

- 빌런을 둘로 나눈 게 공포심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는 하지 않았나.

=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일종의 도전이었다. 또 그동안 승승장구해온 주성철의 영화에 드러나지 않는 직업적 설움이나 답답함이 트리거처럼 그를 누르려면 마도석과 리키, 양측에서 옥죄어오는 구조가 중요했다. 어긋난 욕망을 채우고 싶은 간절함이 흔들리기 시작할 때 터지는 임팩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 법과 도덕, 규율의 선을 무자비하게 넘는 악역들에게 “너 좀 맞자” 라고 말하는 주인공으로부터 관객은 대리 만족을 느낀다. 하지만 폭력이 궁극적 해결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두고 쾌감을 얻는다는 반응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주먹으로 해결하는 게 진정한 정의냐고 묻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영화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을 상상하는 것이다. 1편에서 마석도라는 인물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우리를 대신하여 시민을 괴롭히는 악인들을 소탕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인간적이고 자기만의 도덕적 우선순위를 갖고 있는 인물로서 의미가 있다. 영화적 허용으로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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