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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생츄어리’ 호평 속 상영, 이토록 복잡한 에로스

<생츄어리>의 예고편만 보면 그저 그런 에로틱 스릴러 영화 같다. 1992년작 <원초적 본능> 이후 끝없이 이어졌던 아류작이 상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든 독특한 작품이다. 5월 중순부터 미국에서 한정 개봉되고 있는 <생츄어리>는 신예 감독 재커리 위곤이 연출을 맡았고, TV시리즈 <홈커밍>의 크리에이터인 미카 블룸버그가 시나리오를 썼다. 마거릿 퀄리(레베카 역)와 크리스토퍼 애벗(할 역)이 주연을 맡은, 연극에 가까운 2인극이다. 특히 퀄리는 이 작품의 책임 프로듀서도 겸했다.

고급 호텔 방을 배경으로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촬영 기간도 18일밖에 되지 않은 독립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 두명의 캐릭터가 섹시함을 배제한 채 성적인 요소로 충만한 대화로 신경전을 펼친다. 같은 장소에서 대화만 이어지면 지루할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통통 튀는 대사와 루도비카 이시도르 촬영감독의 기막힌 영상 때문에 지루할 겨를이 없다. 1시간36분 동안 호텔 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생동감 있고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생츄어리>는 대규모 호텔 체인 경영자의 외동아들 할이 오랫동안 고용해온 레베카라는 도미네이트릭스(사도마조히즘의 관계에서 지배적 역할을 하는 여성)와 ‘마지막 세션’을 가진 후 그녀에게 해고를 통보하면서 시작된다. 미국계 회사 중에는 퇴직하는 직원에게 손목시계 하나를 달랑 전해주는 곳들이 종종 있다. 할은 레베카에게 고가의 손목시계를 선물하며, 마치 퇴사하는 사원을 대하듯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아버지의 사망 후 회사의 CEO가 되면서 더이상 레베카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도미네이트릭스인 레베카가 알의 일방적인 통보를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생츄어리>는 이때부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레베카와 할의 신경전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된 후 네온이 배급을 맡은 <생츄어리>는 영화 평론 포털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90%의 신선도를 기록했고, 메타스코어에서는 67점, 영화 포털 사이트 IMDb에서는 10점 만점에서 7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봉한 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미국에서 50만달러가량의 수익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연극적인 요소와 퍼포먼스에 집중한 연출, 독특한 촬영과 조명 기법 등 시네필이라면 관심을 가질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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