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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AI가 영화 등급을 매길지도 모른다고?

지난 6월15일 영국 영화등급분류위원회는 영화등급 분류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등급분류위원회는 최근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들과 함께 영화 또는 기타 영상 콘텐츠의 ‘비속어, 위험 행동, 선정적 및 폭력적 장면’과 같은 콘텐츠적 위험요소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AI 모델 개발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스트리밍 비디오 영상은 영화등급분류위원회의 업무량을 가중시켰고, 이는 결국 AI 활용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오스틴 영화등급분류위원회 위원장은 “극장 상영작 외에도 매일 수십편씩 업로드되는 온라인 영상에 등급을 정해 알리는 것도 대중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비록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아마존팀과 함께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등급 분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좀더 넓은 부가가치를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간의 기술로도 영상 속 ‘비속어’를 찾아내고 ‘나체’ 장면을 분류하는 것은 충분하다. 문제는 현재 기술로는 위험 행동이나 성폭력에 해당되는 일부 장면을 ‘판별’하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다. 때문에 그간 영화의 연령 등급은 숙련된 인원이 전체 분량을 직접 관람한 뒤 정했다. 이 작업이 힘든 이유는 관련 전문가가 노골적인 폭력이 다수 포함된 영상부터 10시간7분간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장면만 나오는 <페인트 드라잉>과 같은 영상을 전부 관람한 뒤 각 연령에 맞는 유해 콘텐츠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AI 프로젝트의 목표는 AI가 이 부분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학습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페인트 드라잉>은 런던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영화평론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찰리 섀클턴의 2016년작으로, 영화등급분류위원회에 작품을 제출해 등급분류를 유료로 받은 작품만 영국 내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는 현실을 조롱하기 위해 제작된 바 있다. 섀클턴은 “많은 수의 독립영화들이 등급분류비로 영화제작비의 50%가량을 지출하는 것이 부담돼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라 비판하며, “문학이나 음악을 검열하기 위해 영화등급분류위원회와 유사한 조직이 설립된다면 대중은 분노할 것이다. 대중이 이 위원회를 받아들이는 이유는 단지 ‘연령’ 기준 때문”이라 분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