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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으로 남길, ‘그녀의 취미생활’ 배우 정이서, 김혜나
이유채 사진 오계옥 2023-07-14

“이서야, 나한테 기대.” 인터뷰 전, 배우 김혜나가 함께 사진 촬영하던 정이서에게 건넨 말에 울컥한 까닭은 그 한마디가 <그녀의 취미생활> 내내 혜정(김혜나)이 정인(정이서)에게 눈으로 하던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명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녀의 취미생활>은 이혼 후 심신이 무너진 채 고향 마을로 돌아온 여자 정인과 그곳으로 이사 온 눈에 띄는 여자 혜정의 절박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인은 혜정의 조용한 뒷받침 아래 자기 삶에 함부로 침입하는 전남편 광재(우지현)와 마을 주민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배우들은 하명미 감독의 절대적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내지 못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감독님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이 원동력이 되었다.”(정이서)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신 좋은 컷이 나오면 천천히 ‘좋아’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에 항상 힘을 받아 연기했다.”(김혜나)

영화는 정인이 가정 폭력을 당하던 결혼 생활을, 혜정이 도시에서 불행하게 살던 시절을 보여주지 않는다. 제시된 과거가 없었던 만큼 정이서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얼마나 박하마을을 떠나고 싶었으면 광재와의 결혼을 선택했을까. 얼마나 갈 곳이 없었으면 그 싫던 고향으로 돌아왔을까. 이런 식으로 삶의 궤적에 따른 정인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김혜나는 시나리오에 있는 단서로 혜정의 과거를 유추했다. “두번 정도 결혼했고 남편들이 다 죽은 상황이라면 혜정은 이 남자들과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다가 결국 박하마을로 온 여자가 아닐까 하는 일련의 상상을 했다.”

정인과 혜정의 관계는 끝까지 미세한 거리를 둔다. 두 인물이 함께 엮어나가는 감정선에 관해 긴 논의가 필요했을까 싶지만 전혀 아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부분이 크다”라고 운을 뗀 정이서는 “낯을 많이 가리는 내가 혜나 배우와 점점 친해지면서 느낀 감정이 혜정에게 조심스레 다가간 정인의 감정과 맞물려 잘 드러났다”라고 설명했다. 정이서의 말에 다감한 눈빛으로 호응한 김혜나는 정인의 등에 난 흉터를 보던 신을 떠올리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 흉터를 보고 이서의 눈을 보는데 정말로 눈물이 터졌다. 이서와도 친해지고, 정인과 혜정도 가까워진 촬영 막바지였던 터라 더 그랬다. 정인의 아픔을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나왔다.”

두 배우에게 <그녀의 취미생활>은 특히나 더 각별하다. “지난여름 즈음 배우로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럴 때 이 영화가 내게 왔다. 정인으로 사는 동안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이렇게 한 인물에게 집중하다 보면 느릴지언정 조금씩 나아갈지도 모른다고.”(정이서) “우리 영화가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으로 오랫동안 남았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데뷔작이었던 <꽃섬>의 김혜나가 아닌, <그녀의 취미생활>의 김혜나로 기억되길 바란다.”(김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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