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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벤 헤일런부터 BTS까지, <맨 온 파이어>부터 <패딩턴2>까지, <슈퍼배드 4>
정재현 2024-07-24

과거를 청산한 그루(스티브 카렐)는 전편에 이어 악당퇴치연맹의 열혈 요원으로 활약한다. 악당퇴치연맹의 이번 목표는 곤충의 진화와 변태를 탐닉해 몸소 ‘곤충맨’이 된 맥심(윌 페럴)을 저지하는 것. 미니언들과 함께 모교 악당 고등학교의 동문회를 찾은 그루는 연회장에서 황금동문상의 영예를 차지한 맥심을 생포한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루를 무시하던 맥심은 수감 직후 그루와 루시(크리스틴 위그)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 그루 주니어를 납치하겠다는 협박 서신을 보낸다. 그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악당퇴치연맹의 은퇴한 국장 실라스 램즈바텀(스티브 쿠건)이 복귀하고, 실라즈는 그루 가족을 메이플라워시에 위치한 안전가옥으로 대피시킨 후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과 직업을 부여한다. 당연히 이들은 새 신분에 적응하길 버거워하고, 정든 고향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지역에 전학 가게 된 세딸 중 사춘기에 접어든 마고(미란다 코스그로브)는 유독 이 결정에 불만이 많다. 한편 그루 가족의 이웃에 사는 음침한 소녀 파피 프레스콧(조이 킹)은 전국구의 빌런을 동경한다. 악명 높던 그루를 바로 알아본 파피는 그루의 정체를 숨겨주는 대신 자신과 함께 프로젝트 하나를 도모하자는 은밀한 제안을 건넨다. 하필 그루와 파피의 연합 작전은 악당 고등학교의 교장 우벨슐렉(준 스큅)의 분노를 부르고, 그루 가족은 졸지에 두명의 빌런의 추격을 받게 된다.

<슈퍼배드 3> 이후 7년 만에 나온 <슈퍼배드> 연작의 속편이다. 이번 작품에서 <슈퍼배드> 시리즈만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책임지는 요소는 늘어난 가족 구성원의 수만큼 운용되는 다중플롯이다. 에디스와 아그네스가 가라테 도장에서 펼치는 한판 승부, 헤어디자이너로 위장취업한 루시가 벌이는 두 차례의 소동극, 악동 고등학교 교장실에서 펼쳐지는 짧은 케이퍼 무비, 미니언들의 진화를 위해 실라스가 감행하는 생체실험까지. 장르도 웃음 포인트도 가지각색인 각 에피소드는 모두 한번씩의 액션 시퀀스까지 포함하고 있어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진일보한 애니메이팅 기술까지 증명해낸다. <슈퍼배드> 연작은 이야기의 시작인 <슈퍼배드>(2010) 이후 비혈연 관계로 맺어진 대안가족이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현상의 중요성을 줄곧 설파해왔다. <슈퍼배드 4> 또한 가족관계의 동시대적 담론을 서사에 보존해두는 미덕을 보인다. 하지만 작중 캐릭터들의 인종 구성은 아직 백인 일색이고, 일부 캐릭터들의 직업 및 기능은 성 고정관념에 따라 전형적으로 그려진다. 2020년대 가족영화가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설정이 못내 아쉽게 다가온다. 지난 세편에 걸쳐 끈질기게 물었던 질문인 ‘무엇이 진정한 악인가?’ 또한 다양한 캐릭터 군상을 통해 이번 <슈퍼배드 4>에 형형히 살아 있다. 낯선 타인을 우선 배척하고 보는 이웃, 어린이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권하는 성인,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반려동물을 구속하는 반려인 등 다양한 성인들의 추태가 어린이 관객들에게 반면교사와 교훈을 알기 쉽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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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영화가 세대 통합을 이룩하는 전략은 결국 부모 세대도 자녀 세대도 공감할 만한 요소를 작품 내에 심어두는 일일 터다. <슈퍼배드 4>는 초호화 사운드트랙을 통해 온 가족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8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닌 것으로 설정된 그루와 맥심은 밴 헤일런의 <Hot for Teacher>, 컬처 클럽의 <Karma Chameleon>, 카메오의 <Word Up!> 등을 들으며 과거를 떠올린다. 반면 나이 불명의 미니언들과 어린이 캐릭터은 BTS의 <Dynamite>, 블랙핑크의 <붐바야(BOOMBAYAH)>를 들으며 흥을 돋운다. 참고로 작품 속에서 두 세대를, 선과 악을 하나로 만드는 음악은 놀랍게도 티어스 포 피어스의 1985년 신스팝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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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온 파이어>, 감독 토니 스콧, 2004

<맨 온 파이어> 속 전직 특수요원 존 W. 크리시(덴절 워싱턴)는 납치된 소녀 피타 라모스(다코타 패닝)를 구하러 떠나는 여정 속에서 새삼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한다. 빌런의 삶으로부터 손을 씻고 새 인생을 사는 그루 또한 맥심과 발렌티나(소피아 베르가라)를 처단하러 가는 길에, 빌런 유망주 파피에게 영업 비밀을 전수하던 중에 작중 그 어떤 순간보다 만면에 화색이 돈다. 아는 맛이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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