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항해자이자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 날 때부터 해안가에서 파도와 함께 놀았던 섬 소녀 모아나가 속편으로 돌아왔다. 모투누이섬 족장의 딸로서 다음 세대의 리더로 떠오르는 그는 이제 새로운 직위를 이어받는다. 바로 부족의 길잡이인 ‘타우타이’. 알 수 없는 식량난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암초 밖으로 빠져나가 테 피티의 심장을 마우이에게 돌려줬던 모아나는 항해술을 복원하고 부족민이 진정한 정체성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냈다. 전작이 다져놓은 태평성대로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축하 속에서 모아나가 타우타이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모아나의 소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다 건너편 어딘가 존재할 다른 부족에 대한 호기심과 그들에게 연결되고 싶은 욕망이 곧 모아나의 마음속에 차오른다. 1편이 섬 내부의 문제에 골몰했다면 이번에는 섬 바깥에의 관계로 손을 뻗는다. 예지몽처럼 일련의 미래를 본 모아나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탐험을 시작한다.
<모아나2>는 이전보다 훨씬 성장한 모아나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카누 노를 무기 삼아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역동성이나 한껏 두드러진 멋진 팔 근육은 신체적 성장을 보여주고, 모험에 앞서 필요한 인재를 선별해 크루를 꾸리는 모습은 지난 경험을 거울 삼을 줄 아는 지략가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이제 모아나는 바다 위에서 혼자가 아니다. 바다라는 통제 불가한 상황에서 오합지졸 팀원들이라는 더 통제 불가한 요소가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일명 ‘팀 모아나’의 미션은 모투피투섬을 찾는 것이다. 모투피투는 현재 굶주림의 신 ‘날로’의 저주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지만 한때 모든 물길을 연결하여 인간을 한곳으로 모았던 허브다. 모아나는 이곳에만 가면 다른 이들과 함께 사는 삶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한편 신의 길을 찾아 나선 마우이는 어딘가 비밀스럽고 의심쩍은 새 캐릭터 마탕이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How Far I’ll Go> 등 <모아나>의 대중적 관심을 이끄는 데 성공한 노래들은 이번 작품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고 언제 끝날지 확신할 수 없는 모험을 앞두고 망설이는 모아나의 내적갈등은 메인 테마곡 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이외에도 정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마탕이가 모아나에게 진정한 조언을 전하는 <Get Lost> 또한 작품의 고양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스토리라인을 풍성하게 북돋는 아름다운 노래, 매 순간 화려하게 변하는 바다 풍경, 귀엽고 순진무구한 새로운 캐릭터 등 <모아나2>는 익숙하지만 반가움으로 기꺼이 소화할 수 있는 변주를 꾀했다. 다만 전작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나머지 예상 가능한 단조로운 이야기 구조나 이전보다 복잡해진 갈등 대비 헐겁게 마무리되는 엔딩 등 전작의 장점을 고민 없이 답습한 재현들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모아나의 성장은 훨씬 더 상향되었다. 엔딩크레딧 뒤에 나오는 쿠키영상을 꼭 관람할 필요가 있다.
close-up
위험에 빠진 모아나를 생각하는 마우이의 표정과 목소리를 눈여겨보면 좋겠다. 모아나가 어려움에 휩쓸리지 않을 거란 믿음과 동시에 그를 도와주고 싶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에는 둘만이 공유하는 단단한 우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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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4> 감독 조시 쿨리, 2019
계속해 저 너머의 바깥세계를 궁금해하고 새로운 이들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모아나의 욕망. 이것은 <토이 스토리4>에 등장한 보핍과 사뭇 닮아 있다. 장난감에게 외부 세계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인간을 마주치면 무생물인 척 연기하는 본능만 봐도 이들에겐 집 밖보다는 방 안이 훨씬 안전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생활에 보핍은 이제 질렸다. 위험할지언정 두발로 나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길 선택한다. 모아나와 보핍 사이의 교집합에는 모험을 모험으로만 방치하지 않고 결국 일상으로 이뤄내는 용기와 실천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