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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2002-07-04

아, 그 장미잎들에 묻혀보고 싶어라

American Beauty 1999년, 감독 샘 멘데스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5.1, DTS 지역코드 3 출시사 CJ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칸 뷰티>를 처음 봤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출시된 DVD를 다시 보면서 ‘평생 이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는 확신을 가져버렸다. 희뿌연 비닐봉지가 휘적휘적 날아다니는 메뉴화면을 보는 순간부터, 또 다시 가슴 한구석이 텅 하고 비는 느낌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슴과 뇌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화는 사실 그리 흔치 않은데, 족히 여섯번은 봤을 법한 ‘3년 전 영화’가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을 받게 하다니 그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할 만하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과 영화의 완성도가 복합적으로 반응해 그런 상황을 다시 한번 만들어낸 것이겠지만, DVD 자체도 상승작용을 일으킬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바라던 수준을 웃도는 선명한 화질을 들 수 있다. 만약 제작연도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화질이었더라면, 영화를 ‘다시 보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적당히 긴장감을 풀고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났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그 또렷하고 진하게 올라오는 화질은 비현실적이게도 처음 영화를 봤던 극장에서의 생생한 기억을 새롭게 구축해낼 정도다. 예를 들어 붉은 장미꽃잎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에서는 발광(發光)하고 있는 듯한 붉은 빛이 너무나도 강렬하게 드러나, ‘극장에서 봤을 때도 저렇게 붉고 예쁜색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마구 들 정도인 것.

한편 이런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샘 멘데스 감독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주는 서플먼트도 이 상승작용을 부추긴다. 특징적인 것은 제작 다큐멘터리격인 ‘American Beauty: Look Closer Behind Scenes Featurette’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으로 포장되어 제작진의 자화자찬과 시상식 정보로 도배되어 있는 것에 반해, 샘 멘데스가 촬영감독과 같이 진행하는 ‘스토리 보드 프리젠테이션’ 코너는 진짜 영화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스토리 보드와 실제 영상을 비교하면서 장면의 의도와 현장에서의 문제점, 카메라 워크와 세트의 구도 등에 대해 편하면서도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 또한 시나리오를 담당한 앨런 볼과 함께 진행하는 오디오 코멘터리도 (그들이 첫 부분에 슬쩍 얘기하는 것처럼) 아주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깊이와 진지함이 드러난다는 면에서 꼭 들어볼 만하다.

이렇게 영화와 서플먼트의 조화를 통해 회색빛같이 지루한 일상에 또 다시 생동감 있는 자극을 주는 <아메리칸 뷰티> DVD는 ‘언제 봐도 좋은’ 타이틀임이 분명해 보인다.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