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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3] - 인터뷰
사진 정진환문석 2002-07-05

˝소문만 듣고 욕하는 것, 인정 못한다

-요즘 충무로의 평판이 안 좋다.

=나도 알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거나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본 사람이 나를 나쁜 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오케이다. 하지만 소문만 듣거나 한 사람들이 욕을 한다면 별로 인정할 게 없다. 만약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거나 좋은 제작환경이 있다면 내가 쫓아가서 무릎을 꿇고라도 우리 배우를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날 보고 건방지다고 하는데, 얼마 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우리 배우를 넣어달라고 빌었지만, 이미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강 감독님에게 아쉬운 생각은 없다.

-충무로의 시나리오나 제작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인지.

=우리 회사로 일주일에도 30권 정도의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그중 내게 올라오는 것도 2∼3권 정도다. 나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 그 다음에 내 배우를 넣으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여지를 두고 이렇게 바꾸자, 저렇게 고치자고 제안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만약 시나리오를 수정해서 잘 나오면 좋은 일이지만 끝끝내 만들어지지 않으면, 배우를 출연시킬 수도 없고 영화제작이 무산되게 할 수도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결국엔 우리만 쳐죽일 놈이 되는 것이다.

-공동제작건으로 충무로 제작자들이 더욱 불만을 터뜨리는 것 같다. 배우를 무기로 제작에 시시콜콜 관여한다는 점이나 캐스팅을 해준다는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더라.

=현재 우리는 <몽정기> <마들렌> <남남북녀> 등에 공동제작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뭔가 오해가 있는 듯 보인다. 우리는 단지 캐스팅만 도와주는 게 아니다. 마케팅에서부터 시나리오 수정, 스탭 구성, 나아가 투자처 물색까지 해주고 있다. 그것도 우리의 제안을 그쪽이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만 조금 고치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 있다. 내가 각색료를 내서 고치겠다는 것이다. 제작자, 투자자, 배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자는 것이다. 의 경우, 제작사인 선익필름의 임충열 사장님이 하도 오랜만에 제작을 하다보니 충무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도와달라고 하셔서 프로듀서, 촬영 등 스탭 구성에서부터 투자까지 주선해준 것이다

-그래도 그 대가로 상당한 지분을 받는 것은 너무하다는 주장이 많다.

=그 대가라는 것도 수익이 생겼을 때 받는 것이다. 제작자의 몫에서 15%∼40%를 받는데, 내 얘기는 공동으로 제작함으로써 더 큰 수익을 올려 이를 나누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파이를 키워가자는 것이다.

-충무로 일각에서는 싸이더스 HQ의 궁극적 목표가 제작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절대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내가 제작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수 있나. 하지만 나는 제작을 안 한다. 그것이야말로 욕먹을 짓이다. 나는 제작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콩영화계의 경우, 대부분의 프로덕션이 감독과 배우를 갖고 있다. 그렇지 못한 영화사는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 공동제작도 이런 차원에서 제안하는 것이다. 제작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얘기다. 나는 해외 투자자나 배급사를 연결해줄 준비도 하고 있다.

-시놉시스 공모전도 그런 차원에서 하는 것인가

=우리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할 수는 없더라도, 지금 시기에 맞고 배우에게도 잘 맞아떨어지는 아이디어는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영화 아이템을 모아서, 이 영화를 잘 만들어줄 제작사를 찾아가 우리 배우를 써서 잘 만들어주십시오, 하고 부탁을 드릴 것이다.

-다른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연기 아카데미를 올해 안에 출범시킬 것이다. 충무로의 배우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예비배우들을 당장 써먹을 수 있게끔 재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3년 계획으로 동국대 산하 동국공연산업연구소에 매년 1억원을 연구비로 지급하고 있다. 연기 아카데미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강사진은 현직 대학교수들이 될 것이며 4대문 안에 부지까지 확보했다.

-차승재 대표와 결별하게 된 사연은.

승재 형이 신씨네에 있을 때부터 알게 됐고, 그가 우노필름을 차린 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작품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때부터 언젠가 함께 기업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었고, 싸이더스는 그렇게 출범했다. 하지만 영화와 매니지먼트는 관련이 깊지만, 다른 비즈니스더라. 영화는 긴 시간을 두고 수확을 하지만, 매니지먼트는 순환이 빠르다. 이게 정리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더라. 그래서 형은 형의 일을 잘 마무리하십시오, 나는 내 일을 잘해서 다시 만납시다, 라고 했던 것이다.

-최근 전지현을 홍콩에 진출시킨다는 얘기가 있더라.

=얼마 전 전지현과 함께 홍콩을 다녀왔는데, 반응이 대단했다. (홍콩 신문 수십종에 난 전지현 기사를 보여주며) 확신이 섰다. 그렇다고 전지현이라는 개인을 알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아니다. 싸이더스 HQ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는 할리우드가 아시아영화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기울일 때를 대비한 것이다. 할리우드는 결국 기업 대 기업으로 거래하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명의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이끌어왔다. 비결은 있나.

=어릴 때부터 버스 안에서나 길거리에서나 사람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길 좋아했다. 그러면서 나름의 스토리를 구상했다. 아, 저 사람은 이런 부모를 가졌고, 저런 일을 해서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다보니 시비도 많이 붙었지만,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 사람의 외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는지도 모르겠다.

강우석 감독의 쓴소리 :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읽게 하라"

정훈탁은 내가 주주로도 참여하고 있고, 시네마서비스가 포함돼 있는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대표다. 오해는 말아주기 바란다. 계열사가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것 같으니 내가 먼저 나서서 충고를 해주는 것이고, 내 이야기의 초점은 정훈탁 개인에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한국영화 매니지먼트계 전반에 걸친 것이다.

언젠가부터 연기자를 만나는 게 힘들어졌다. 2년씩 공을 들일 대로 들여서 시나리오를 썼는데 연기자와 말 한마디 못 나눈다는 게 답답하다. 게다가 그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고 매니저 차원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나는 그가 배우를 빌미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일은 안 해줬으면 한다. 흥행이라는 것은 수십년을 만들어온 제작자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인데, 흥행 운운하며 배우를 쥐고 흔드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공동제작도 그렇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매니지먼트 업체가 투자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더 열심히 임하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적극 환영이다. 대신 배우를 줄 테니 지분을 달라는 요구는 하면 안 된다. 내가 영화판에 있는 한 그런 일은 안 된다.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그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것이다.

나는 그가 훌륭한 신인배우를 발굴하고 잘 키워냈다는 점을 인정하며 존경한다. 한국영화를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이다. 다만 성공에 도취해서 중요한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는 배우가 직접 읽도록 하고, 분명하게 판단해서 통보해줘야 한다.

나는 그동안 영화는 만드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죽 하며 일해왔다. 제작자나 감독이라는 사람들은 영화에 미친 사람들이다. 밥과 영화 중 뭘 택할래, 묻는다면 서슴없이 영화를 집을 사람들이다. 내가 정훈탁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영화인과 영화 그 자체를 존경하고 고귀하게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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