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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오브 올 피어스>등 톰 클랜시 소설의 주인공 잭 라이언
2002-08-14

인간적인,너무나 인간적인

잭 라이언 팬사이트는 미국에서 <썸 오브 올 피어스>가 개봉되자마자 ‘잭 라이언을 연기한 벤 애플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간단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그 설문 결과, 좋다(Cool)라는 답변에 41%,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볼 만했다(don’t like him much but it’s ok)에 9%, 다른 배우였으면 좋았을 것을(could’ve been somebody else)에 14%, 그래도 알렉 볼드윈보다는 낫다(better than Alec Baldwin)에 12%, 영 아니다(He’s gonna suck)에 19%, 그리고 별 상관없다(don’t care)가 2%로 집계되었다.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약 반반으로 갈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 총 2757명의 네티즌이 참가해 어느 정도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 설문조사의 결과는,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 그리고 밴 애플렉까지 다양한 배우들이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모두 잭 라이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가진 매력을 살려주기에는 부족했다는 팬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대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톰 클랜시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잭 라이언이라는 인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무엇보다 그의 복잡하면서도 화려한 개인사에서 찾을 수 있다. 경찰관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졸업 뒤 ROTC로 미 해병대에서 복무하던 중 훈련용 헬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등에 심한 상처를 입고 23살의 나이에 은퇴한다. 그뒤 볼티모어의 증권사에서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다가 그 회사의 부사장인 뮬러의 딸이자 존스홉킨스 대학 의대생인 캐시와 사귀게 된다. 그리고 캐시의 소개로 잭은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신경외과 의사의 집도하에 수술을 받게 되고, 그를 통해 평소 그를 괴롭히던 등의 통증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뒤 캐시와 결혼한 잭은 4년간의 증권회사 경력을 그만두고 역사학에서 박사를 따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하고, 학위 취득과 함께 미 해군사관학교에 교수로 취직을 하게 된다.

♣ 잭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

그가 CIA와 인연을 맺은 것은 사관학교의 교수로 CIA에 컨설팅 의뢰를 받아 해주면서부터다. 그러다 우연히 런던에서 영국 황태자 부부에 대한 아일랜드공화국군의 암살 기도를 막아낸 것을 계기로 그와 CIA의 관계는 깊어진다. 해병대 출신이자 사관학교 교수인 그의 가능성을 높게 본 CIA 국장인 제임스 그리어의 요청에 의해 본격적인 CIA 정보분석 요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그는, 조직 내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나가면서 빠른 승진을 거듭하게 된다. 그리고 제임스 그리어에 이어 CIA 국장을 맡기까지 한다. 그뒤 잠시 은퇴했던 잭은 대통령이 직접 안보보좌관으로 위촉해 다시 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게 되고, 부통령을 거쳐 42살의 젊은 나이에 마침내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잭 라이언에 대한 그런 인물설정이 톰 클랜시의 작품들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어린 시절의 잭이 등장하는 것은 93년작 <복수>(Without Remorse)로, 대학생이던 잭 라이언은 이 소설에서 중요 등장인물이자 마약 수사관인 아버지와 식사를 하면서 대학 졸업 뒤 ROTC로 해병대에 입대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단 두 페이지에만 등장한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잭이 톰 클랜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해군사관학교 교수이던 그가 영국 황태자 부부의 암살사건을 막아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87년작 <패트리어트 게임>이다. 이어 84년작 <붉은 10월>과 88년작 <크레믈린의 추기경>(The Cardinal of the Kremlin), 89년작 <긴급명령>(Clear and Present Danger), 91년작 <썸 오브 올 피어스> 등에서는 CIA 요원으로서 그의 맹활약이 그려진다.

CIA를 은퇴했던 잭이 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되어 일본과의 군사적 충돌을 막아내고 비로소 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이야기는 94년작 <적과 동지>(Debt of Honor)에서 다루어진다. 그러나 <적과 동지>의 마지막 장면은 극우성향의 일본 민간 항공기 기장이 미 국회의사당에 충돌하는 테러를 저지르는 것으로 끝난다.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상황의 유사성으로 인해 많이 언급되기도 했던 내용이다. 바로 그 항공기 테러로 인해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의 주요인사들이 사망하자 부통령인 잭 라이언이 대통령직을 넘겨받아 미국을 재건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 95년작 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00년작 에서는 대통령 잭 라이언이 시베리아의 금광과 유전을 노리고 러시아를 위협하는 중국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 <붉은 10월>에서 알렉 볼드윈이 잭 라이언을 연기하는 장면.

♣ 가장 인간적인 잭 라이언을 연기했다는 평가는 받은 <썸 오브 올 피어스>의 벤 애플렉.

물론 잭 라이언이 냉전시대 이후 미국의 패권주의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아이콘으로 사용되었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수>(Without Remorse), <레인보우 식스>(Rainbow Six) 등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도 잭을 도와주는 요원으로 등장하는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CIA 요원 존 클락과는 달리, 잭 라이언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방면에 많은 경험을 가진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영화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 벤 애플렉이 연기한 잭 라이언은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인간적 면을 많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잭의 모습에 일부 팬들이 실망할 것이 분명했지만, 근육질 인간병기가 보여주는 액션에는 더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중의 기호에는 딱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잭 라이언 팬페이지

--------→ http://www.jackryan.itgo.com/

<썸 오브 올 피어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umofallfearsmovie.com/

<썸 오브 올 피어스> 한글 공식 홈페이지

--------→ http://sumofallfears.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