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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신대륙을 향하여
2001-04-09

통신원리포트/뉴욕

뉴욕과 위스콘신에서 <박하사탕> <반칙왕> 호평받아

<필름코멘트>가 연초 예측했던 뉴코리안 시네마의 물결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두주자는 <박하사탕>과 <반칙왕>. 두 작품은 링컨센터 필름 소사이어티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 주관한 ‘뉴디렉터즈/뉴필름’ 시리즈(3월23일∼4월8일)에 초청됐다. 각종 영화행사들이 끊이지 않는 뉴욕이지만, 바쁘기로 이름난 뉴요커들이 일일이 행사장을 찾아다니기란 쉽지 않은 법. ‘뉴디렉터즈/뉴필름’ 시리즈는 1972년 시작된 이래, 주류 상업영화계에 소개되지 않은 세계 각국의 기대작들을 입맛 까다로운 뉴욕 엘리트 관객에게 소개하는 채널 역할을 해왔다. 올해도 이란, 폴란드, 터키 등 13개국의 23개 작품들이 소개됐으며, 한국영화도 더이상 낯선 손님은 아니다. 올해 <반칙왕>은 상영시간 내내 웃음에 인색한 뉴요커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지난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어 ‘한국’영화가 아닌 한국‘영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뉴욕타임스>는 <반칙왕>이 고전적인 슬랩스틱 코미디의 우아함과 섬세한 휴머니즘을 조화시킨 작품이라고 평했으며, <박하사탕>에 대해서는 한국현대사에 대한 미국관객의 이해 부족이라는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출력과 주연 설경구의 카리스마가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한 보편적 분노에 호소력을 지닌다고 평했다.

한편 같은 기간 위스콘신-매디슨대학에서 열린 제3회 위스콘신영화제(3월29일∼4월1일)에서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데이비드 보드웰 교수의 주도하에 ‘한국영화 특별전’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었다. <춘향뎐>과 토니 레인즈의 다큐멘터리 <장선우 변주곡>을 비롯,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등 7편으로 구성된 이 특별전은 한국영화에 대해 미국 아카데미가 관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서 의미를 지닌다. 보드웰 교수는 한국영화에 주목하는 몇 안 되는 미국 영화학자 중 하나로, 특히 미국비평계에서 내러티브 구성에 탁월한 신인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의 세 작품을 모두 초청하는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영화제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과 ‘뉴디렉터즈/뉴필름’ 시리즈 참석 뒤 위스콘신으로 향한 김지운 감독은 기대 이상의 관객 호응과 비평적 관심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토니 레인즈는 ‘한국영화 특별전’이 포함된 ‘뉴아시안 시네마’ 콜로키엄에서 역동적인 사회변화를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타이영화와 함께 향후 아시아영화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2001년 뉴코리안 시네마 물결의 수위가 어느 정도 높아질 것인지는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몇건의 영화제들을 통해 검증될 것이나, 물결이 지나간 자리에서 무엇을 건질지는 전적으로 한국영화 자신의 몫이다.

뉴욕=옥혜령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