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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중문화에 등돌리다
2002-10-14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문화정책에 비난과 반발 팽배해 할리우드에 부시 정권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 있다. 집권 2년째를 맞는 부시 대통령은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은 없으면서, 전쟁분위기 조성에 이용할 생각만 한다는 것이 중론. 그런 그가 최근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자, 할리우드는 소외감에 더해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특집 기사와 편집장 피터 바트의 칼럼을 통해, “대중문화를 내동댕이친” 부시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조지 부시의 문화정책은 원래 ‘간섭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는 주의다. 클린턴이 할리우드와 한참 열애관계였을 때도 영화, 음반, 비디오게임 시장을 연방거래위원회의 관리아래 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시는 영화 공연 예술 및 그 분야 스타들과의 교류가 없는 편이지만, 쇼비즈니스 시장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려는 편이다.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무관심’이다.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던 부시는 월드 시리즈 개막전 등에는 기꺼이 참석하면서도, 영화, 공연, 예술행사에는, 심지어 백악관에서 열릴 때조차, 얼굴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다.애서가인 영부인 로라 부시가 ‘미국 작가들에게 백악관의 경배를’이나 9·11 기념 ‘미국을 위한 콘서트’ 등의 행사를 기획하며 만회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할리우드와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부시는 백악관 초청 시사를 유치하기 위한 MPAA와의 핫라인을 사용하는 빈도도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백악관에서 상영된 작품들이 <위 워 솔저스> <썸 오브 올 피어스> 같은 전쟁첩보영화들이었다는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한 백악관 리포터는 “부시는 대중오락물에 집중하지 못하며, 그런 유머를 즐기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부시가 애초 ‘대중문화’를 ‘외교수단’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버라이어티>는 지적한다. 그런데 이스라엘 공관원과 함께하는 백악관 만찬에 이라크 뮤지션을 초청하는 ‘문화의 가교’식 구상은 9·11 이후 엉망이 돼버렸다. 9·11 이후 미국 대통령에겐 턱시도 차림으로 문화행사에 얼굴을 내미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아졌다고 옹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처음부터 부시가 관심을 가졌던 유일한 문화는 사담 후세인의 무기다”라는 식의 반응이 더 우세하다. 피터 바트는 칼럼에서 “백악관으로 시위라도 하러 가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부시가 9·11 직후 스튜디오 및 TV 간부들과 가진 미팅에서 “프로파간다영화를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그저 우리의 노력에 힘을 보태달라”며 조심스러워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자동 인형처럼 전장으로 나가라고 한다”는 한 프로듀서의 불평을 인용하기도 했다. 백악관으로서는 이라크와의 전쟁이 불가피한지 모르겠지만, 할리우드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클린턴, 레이건, 그리고 케네디 시절을 언급하며, 백악관에서 그 많은 시사와 공연이 이뤄졌던 것은 “백악관이 단지 전쟁 게임을 구상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걸 문화의 힘으로 입증한 사례들”이라고 썼다. “자유사회를 보호하겠다면서, 정작 그 사회에 대해선 아무런 이해와 관심도 없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에 할리우드 전체가 공명하고 있는 지금, 부시가 어떤 대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은영 기자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