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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대표 이안 매키넌, 피터 손더스 인터뷰
2001-04-12

“캐릭터는 단순하게, 표정은 풍부하게”

이언 매키넌과 피터 손더스는 80년대 중반 맨체스터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코스그로브홀에서 만났다. <마이티 마우스> <안녕 노디> 등 아동용 TV애니메이션 히트작과 예술성 짙은 실험작들을 병행하며 명성을 쌓아온 코스그로브홀은 영국의 메이저 그림/인형 애니메이션제작사다. 70년대 후반 웨스트 서레이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손더스는 졸업 뒤 코스그로브홀에 채용돼 인형제작 파트에 몸담았고, 우연히 신문에 소개된 매키넌의 작품을 본 뒤 그를 발탁했다. 유명한 아동용 TV물 프로듀서 제리 앤더슨 밑에서 애니메이션을 해왔던 매키넌은 코스그로브홀에 들어가 손더스에게 인형 만드는 법을 배워가며 일했고, 함께 인형제작 파트를 이끌어갈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다. 둘은 92년에 독립해 매키넌 앤 손더스를 만들었다.

인형제작자가 된 계기.

매키넌 | 열일곱, 열여덟 즈음이었을 텐데, 피터가 날 불러서 일을 가르치고, 직업을 준 거지. 운이 좋았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피터가 미리 점찍어서 대학 때부터 훈련도 시키고 그랬다. 우리 구성원들도 대부분 인형 만드는 걸 따로 배운 사람들이 아니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조각을 했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들도 별로 없고. 다들 회사에 와서 일을 배우는데, 피터가 그런 훈련을 맡아서 해오고 있다.

선더스 | 영국에도 인형 만드는 것을 배울 곳은 따로 없다. 집에서 TV를 보고 축구하며 노는 대신 혼자서 열심히 만들어보거나, 우리처럼 직접 인형을 만들면서 일하는 곳에서 사람을 뽑아 훈련시키거나. 3차원 애니메이션을 하는 곳은 많지만 인형을 만드는 곳은 많지 않다. (진열장에서 뼈대만 있는 철골 인형을 꺼내 보여주며) 내가 처음 만든 인형인데, 아마 15살 때였을 거다. 내 침실에서 드릴로 뭔가를 만들어대는 나를 보면 부모님들은 오 제발, 하는 분위기였다. 친구들과 노는 걸 더 좋아하셨던 것 같은데 난 이런 걸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집안 물건들의 플러그를 몰래 뽑아서 쓰고 그랬기 때문에 물건을 쓸 때마다 조심해야 했다. 엔지니어링과 골격 만들기를 공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가르쳐줄 사람도 아무도 없었고, 참고할 만한 책도 많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이 회사가 조금씩 커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이런 식으로 해 보면 어떨까, 저 재료를 이용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시도들을 하게 된다. 이제는 얼마나 교묘하게 잘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작품에 잘 맞는 인형을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서 양식화에 생각이 미치기도 하는 거고.

<샌드맨>

매키넌 | 피터와 내가 코스그로브홀에서 일하고 있었을 때다. 나중에 <제임스와 커다란 복숭아>의 슈퍼바이징 애니메이터를 맡은 폴 베리, <화성침공>에 참여했던 콜린 베티와 함께 거의 셋이서 다 했다.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 저녁과 주말 등 남는 시간을 들여 2∼3년간 만들었다. 사실 예산이랄 것도 없었다. 재료들을 거의 다 빌려서 썼으니까.

선더스 | 아니면 훔쳐서…. (웃음)

매키넌 | 운좋게도 코스그로브홀 사람들이 찍고 남은 필름들, 보통 버리게 되는 필름들을 얻어서 찍을 수 있었다. <샌드맨>은 캐릭터, 인형이 단순해서 좋다. 아주 단순한 애니메이션 테크닉과 움직임, 음악을 이용해 거의 대사없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어느 나라에나 유령이나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있고, 언어의 장벽이 없는 편이라 비교적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샌드맨>이나 <리골레토>, 최근작 <가발제작자> 등 기묘하고 극단적인 양식화에 대한 관심.

선더스 | 지금까지 아이들용 TV물을 많이 해왔다. 귀여운 토끼, 쥐, 아이들 인형들을 많이 만들었고. 그건 설탕을 계속 먹는 것과 같아서 좀 지나면 질린다. <샌드맨> 같은 영화는 그에 대한 안티다. 애니메이션이 모두 어린이 지향적일 필요는 없고, 많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매키넌 | 인형 만들기의 즐거움 중 하나가 사람의 상을 다르게 재창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온 일의 상당부분은 사람의 미니어처 같은 것이지만 기묘하고 괴물같아 보이는 인형처럼 실제와 다르게 확장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게 애니메이션에서 인형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아주 단순화하는 것. 그래서 기괴해 보이기도 하고, 무섭게 보이기도 하고. 우리에겐 그게 사람의 연기 대신 인형을 작품에 쓰는 즐거움이다.

▶ 인형의

집, 영국 애니메이션 명가를 가다

▶ 애니메이션의

해는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