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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리포트] 공포의 링, 미 대륙의 목도 조였다
2002-11-18

미국판 <링>, 개봉 4주째에도 승승장구할로윈 특수를 노리며 개봉한 리메이크작 <링>은 개봉 4주째를 맞아, 11월10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3위를 기록하며 흥행전선 이상없음을 보여준다. 다음주에 개봉할 복병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을 만나 이 순항에 얼마나 큰 어려움이 닥칠지 모를 일이나, <LA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감독과 백인 래퍼 에미넴의 화제작 <8마일>, 디즈니 가족코미디 <산타 클로스2>와 대면한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할 만하다.이번 미국판 <링>은 1998년에 제작, 일본을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나카다 히데오의 원작을 리메이크 한 것으로, 두편의 속편이 제작되었고 TV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진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되었다. 의문의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난 뒤 전화를 받고 7일 안에 죽는다는 <링>의 공포는 아시아 관객에겐 낯익은 스토리이지만, 외국 공포영화가 별반 소개되지 않는 미국에서는 완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것이다. 미국판 <링>은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의 액션코미디 <멕시칸>을 연출했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프로듀서인 월터 파크스는 버빈스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그가 완벽한 비주얼리스트임을 들고 있다. 이 영화의 전략은 기괴한 스토리에 걸맞은 음울한 시각이미지의 연출로, <멕시칸>에서 보여주었던 남국의 나른한 햇빛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솜씨가 어두운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공포영화에서 어떻게 발휘될지가 관건이었다. 항상 흐리고 비가 오는 시애틀로 배경을 설정, 음울한 초현실주의 분위기의 영화가 되도록 했으며, 태양이 없는 곳에서 그림자와 빛의 조절로 인해 관객을 모호함과 음산함에 젖도록 만들고 있다. 기이한 괴물작가 화가로 불리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시체들 역시 이 작품의 시각적인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이 영화는 특히 <엑소시스트>나 <오멘> 등 할리우드 고전 공포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악령의 아이가 끔찍한 현실의 희생양이기보다는 오히려 주인공에게 가하는 공포스런 현실 중 하나로 그려진다.<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미스터리한 연기로 극찬을 받은 바 있는 호주 출신 배우, 나오미 왓츠가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역을 맡아서 열연하고 있으며, 뉴욕 현지 언론들은 이 리메이크작의 가장 큰 미덕으로 촬영과 왓츠의 연기를 꼽고 있다. 뉴욕의 시네마테크인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는 미국판 <링>의 개봉과 함께 “무서운 영화: 30년 호러역사” 및 “호러영화의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 아래 존 카펜터, 샘 레이미, 래리 코언 등의 공포영화 거장들의 대표작과 세편의 일본 <링> 시리즈와 미국판 <링>을 상영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나란히 감상하면서 비교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을 뉴욕 관객에게 선사한 것이다.최근 노르웨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인썸니아>, 스페인의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바닐라 스카이> 등은 새로운 스토리와 이국적인 분위기로 흥행에 큰 성공을 했다. 리메이크는 자막읽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미국 관객에게 비영어권 영화를 소개하는 수단이며, 판권을 판매함으로써 원작팀 또한 수익과 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사실상 극소수의 특정영화에 대한 마니아층을 제외하면 원작에 관심을 가지는 미국 관객은 매우 드물다. <조폭 마누라>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등 한국영화 몇편이 리메이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리메이크가 한국영화를 알리는 데 주요한 기폭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뉴욕=정민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