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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 초청 상영> 관객과의 대화
2002-11-20

현실과 영화, 함께 호흡하기

<희생>, <노스텔지아>를 만든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단편영화는 고도의 정교함을 갖춘 한편의 시와 같기에 만들기가 더욱 어렵다. 좋은 단편을 찍는 것은 나의 평생 꿈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영국, 러시아, 일본 등 해외에서 공부하며 영화를 찍어 온 한인 감독들이 내놓은 단편작 모음집 <한국 단편 초청>은 이제 막 두 번째 필모를 가진 감독부터 9번째 고민작을 내놓은 감독까지 다양한 경력과 소재가 돋보인다. 그럼에도 <네임>(류훈), <물방울>(하종수), <요청>(박진오), <물 속의 물고기는 목말라 하지 않는다>(손수범), <택시 기사>(이영미), <플롯>(권지연)은 하나같이 ‘나는 누구인가?’, ‘영화와 현실은 어떻게 함께 호흡하는가’라는 공통된 주제를 담고 있다. “외부의 정의에 따라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결국 나란 외부에서 정의하는 무엇이라는 내용”의 <네임>은 류 훈 감독의 대학원 졸업작. <물 속의 물고기…>의 손수범 감독은 “길을 잃고 헤매는 주인공과 어항을 벗어나 서서히 죽어가는 물고기를 대비해 현대인의 소외를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YU 3학년에 재학하며, <요청>을 만든 박진오 감독은 차기작 촬영건으로 부인 송채환(탤런트)이 자리를 대신했다. 독특한 삽화와 음악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물방울>은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하종수의 졸업작품. 원래 그림에 관심이 많은 하종수는 “고도로 상징화된, 그래서 일부러 단절돼 보이는 내러티브를 갖춘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립 영화 학교를 졸업한 권지연은 자신의 졸업작이자 두 번 째 작품인 <플롯>을 통해 러시아의 평범한 연인들의 소박한 연애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낭만적인(어쩌면 비현실적인) 사랑을 등치시켰다. <택시기사>는 최근 민감하게 떠오른 동성애 문제를 다룬, 이영미의 아홉 번째 작품으로 영국국립영화학교 재학 당시 만들었다. 여성 택시 기사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깨닫는 과정이 매우 익숙한 패턴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 모인 재외 한인 단편 감독들은 앞으로도 단편영화를 만드는 일에 매진할 것이며, 단편 영화가 단지 장편 영화로 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글/ 심지현 사진/ 윤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