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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3]
2002-12-27

한국영화 2002년이 간다

"갈수록 양분화, 극단화된다"

명필름 대표 심 재 명

양적성장은 확실히 이룬 것 같다. 제작편수, 개봉편수, 점유율도 올라갔다. 그러나 질적성장 부분은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서 관객의 취향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김기덕, 홍상수, 임권택, 이창동 등 기대한 감독들이 좋은 작품을 내놓긴 하지만 여전히 상업적인 주목은 못 이루는 반면 상업적 목적으로 뛰어드는 영화들이 극단적인 흥행몰이를 한다. 갈수록 양분화되고 극단화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제작편수가 20여년 만에 최고를 이루었다는 것. 올해 제작된 한국영화들이 100편에 육박한다고 들었다. 점유율 역시 한국영화가 46%가 넘고, 미국영화가 48%가 넘었다. 특별히 이 사건에 주목하는 것은 자국영화와 미국영화가 영화 시장을 90% 이상 독식한다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편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미국영화든지 한국영화든지 상업영화만이 점유율을 차지하는 셈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지 회의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상업적 경쟁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는데, 영화 내적인 측면에서 보면 걱정이 많다. 질적 측면에서 보면 결국 하향평준화,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때 한국영화는 안 본다던 시절에서 이제 한국영화를 재미있어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신뢰성 부분에서 신뢰를 쌓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올해는 한마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해였다. 2002년까지 명필름이 한해 1.5편 정도 시장에 내놓았다면 올해는 <버스, 정류장> <후아유> <YMCA야구단>을 포함해 제작 투자한 영화가 5편 정도다. 그러나 많은 편수 속에서 경쟁력 있는 영화를 내놓지 못했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 회사 규모로 볼 때 일년에 1편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3편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는데 결과적으로 리스키한 결과를 낳았다. 2003년 역시 갑작스런 궤도수정은 아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서 제작자로서 치밀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자각은 든다.

제작사로서 만드는 모든 영화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했던 거고 2001년에 만들었던 자회사, 이픽처스, 라이트 림 등과의 관계정비라든지 업무보조를 맞춘다는 것 정도 외에는 없었다. 가장 큰 시행착오 흥행이 안 된 거다.

<오아시스>다. 흥행과 작품적 평가에서 모두 성공했다는 점이 2002년 개봉작들 중 유별났던 점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역시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 했고.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되고 투자사들에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도 들리지만 2001년, 2002년에 투자 결정된 영화가 많기 때문에 내년에도 제작편수는 많을 것 같고 점유율도 떨어지진 않을 것 같다.

흥행은 잘 모르겠지만 <살인의 추억>을 꼽고 싶다. 근래 보기드문 잘 짜여진 시나리오였다. 기대되는 배우들이고,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발전된 연출력을 보여줄 것 같다. 귀추가 주목되는 영화다.

"양적으로는 성장, 질적으로는 글쎄..."씨네2000 대표 이 춘 연

올해 등급심의 받은 영화가 지난해 65편에서 95편 안팎으로 늘 것 같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아니라고 본다. <취화선> <오아시스> 등 영화제에서 평가받은 성장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수용이 성장했다고 보진 않는다. 코믹영화들, 청소년 대상 영화들에 아류작들이 많이 나오고, 관객은 들었을지 모르지만 질적 성장은 아닌 듯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 유 레디> <예스터데이> 같은 대작의 실패다.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할 돈 200억∼300억원가량이 그냥 가버렸다. 이게 투자위축을 가져오고 옆의 사람들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형편이 됐다. 그런 시도를 무의미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기획했다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마치 관객에게 영화계 문제를 핑계대는 것 같지만, 너무 가볍고 시간 때우기 좋은 영화만 찾는 관객의 편식 현상이 우려스럽다. 영화의 다양성면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편식하는 관객의 문제냐, 그걸 자꾸 만드는 영화계쪽의 문제냐 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가 오히려 더 ‘서프라이즈’하고 스스로 ‘중독’돼서 1년을 살아온 것 같다. <중독>은 손해는 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스타들을 가지고 크진 않아도 적당한 성공을 못했다는 건 반성해야 마땅하다. 그 얘기 안에서 인물의 감정을 속이지 않기 위해 너무 주의하다보니 스피드에 매료돼 있는 관객에게 지루하게 다가간 것 같다. 또 우리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비밀>과 유사하다는 논란 같은 게 김을 빼버렸고.

언제나 되든 안 되든 남과 차별되는 작품이나 소재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시기가 늦다보니까 나중에 섞여버린다. <중독>도 마음먹고 1년 안에 해버렸으면 했는데 2년이 넘어버렸다.

<오아시스>다. 별 이야기 아닌 것 가지고, 에너지가 느껴진다. 부러운 영화다.

돈의 흐름이 위축돼 있는데 그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내부적으로 제작비를 낮추고, 유통구조를 경제화하고, 또 입장료 부율을 극장 대 배급사 4 대 6, 또는 최소한 4.5 대 5.5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00만명이 봐도 본전이 안 되는 제작비 형편으로는 안 된다.

<실미도>는 외국자본을 가지고 한국의 얘기를 한국의 감독이 만드는 경우여서 관심이 간다. <이중간첩>이 어떨지 모르겠고. 한석규가 오랜만에 나오는 것이라….

"질적인 발전이 관객 불렀다"

태흥영화 대표 이 태 원

양적인 측면은 몰라도 질적으로는 확실히 성장했다고 본다. 특히 영화의 퀄리티를 이야기한다면 그건 분명하다. 편집, 컴퓨터그래픽, 녹음, 현상 등 후반작업도 많이 좋아졌다. 한국영화에 꾸준히 관객이 몰리는 것도 이러한 질적인 발전에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는 경향이다. 이것은 영화인들의 문제다. 그동안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낭비가 너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자들의 돈을 아껴주는 풍토가 정착돼야 한다. 나는 제작비 명세서를 매일매일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다. 그리고 또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모두 진정한 영화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딴 데 한눈팔지 말고 본업에 열중해야 한다고만 말하겠다. 아니, 그런데 잔치가 끝났다니 오히려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영화제작에 뛰어든 게 74년이고 84년부터 배급을 했는데, 한국영화가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는 매년 나왔다. 그래도 잘돼왔지 않냐. 정일성 촬영감독은 그러더라. “60년대부터 만날 한국영화가 망한다고 했다”고. 영화도 경제처럼 어떤 흐름 또는 주기가 있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 정점이었고, 지금은 서서히 파고가 떨어지고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단연 <취화선>이 칸에서 상을 받은 것이 보람이자 성공이었다. <취화선> 한편 만들고 무슨 큰소리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야 하는 거지 시행착오는 아니었다.

인상깊은 영화는 <오아시스>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자극이 된 영화가 있다면 <색즉시공>이다. 내 아들(이지승 필름지 대표, 이효승 프로듀서)이 참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윤제균 감독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다. 지난해 영화긴 하지만 비디오로 본 <엽기적인 그녀>도 훌륭하더라. 아주 잘 만들어진 배우의 영화다.

전망이 밝다고 본다. 멀티플렉스는 늘어나고 있고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인데, 한 설문조사에서 요즘 젊은 한국영화 관객이 외국영화를 잘 안 보는 이유가 자막을 읽기 싫어서라고 하더라. 이 이야기는 젊은 관객이 영화를 오락이란 의미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막조차 읽기 싫어하는 사람이 골치아픈 영화를 보고 싶어하겠나. 한국영화의 호황은 이런 맥락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만들던 영화를 그대로 만들어야겠지만.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다. 강 감독의 성향에 너무 맞는 영화라고 본다. 태흥의 두 작품 얘기도 해야겠다. 임권택 감독의 신작과 송능한 감독이 신작을 준비 중이다. 왜 주목하냐고 우리 회사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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