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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속 강행군,겨울 촬영현장 풍경 스케치 [1]
2003-01-18

오너라 추위야,네게 무릎꿇지 않으리!

정작 영화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시켜보고 연출부로 쓸 것인지 결정하는 김성수 감독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영화는 말이나 글로 찍는 게 아니라 몸의 피로와 다리의 수고로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영화는 정신노동의 산물로 받아들여진다. ‘영혼이 담긴’, ‘정밀하게 계산된’, ‘지성이 번뜩이는’, ‘상상력이 뛰어난’ 등 온갖 수사들이 영화의 정신적 측면을 강조하는 데 동원된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영화 찍는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당황할 것이다. 그곳에서 영화가 정신적 노동의 산물이라 말하는 자는 야유를 받기 알맞다. 막상 현장에서 영화를 찍는 사람들은 배우건 스탭이건 기꺼이 스스로를 일용직 노동자, 속칭 ‘노가다’라고 부른다. 건설현장의 인부처럼 촬영현장에서 그들의 정신은 오직 육체의 한계와 싸우는 데 집중한다.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부어 집을 짓는 것처럼 조명기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옮기는 동안 생필름은 차츰 영화가 된다. 누구도 영화가 육체적 노동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촬영현장은 그래서 힘들지만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도 한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는 맛볼 수 없는 고통과 희열이 여기 있는 것이다.

겨울은 촬영현장의 이런 이중적 모습을 숨길 수 없는 계절이다. 두터운 옷을 몇겹씩 겹쳐입어도 송곳처럼 파고드는 영하의 바람을 맞으며, 그 추위 속에 강우기로 쏟아붓는 비를 흠뻑 맞으며 현장의 사람들은 피와 땀을 흘린다. 지난 한주 뚝 떨어진 수은주에도 굴하지 않고 촬영을 계속하는 영화들을 보면서 <씨네21>은 완성된 영화에선 볼 수 없는 그 현장의 풍경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촬영일정상 취재가 가능했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김유진 감독의 <와일드 카드>,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 장형익 감독의 <> 등 네편의 영화현장을 공개한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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