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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역전, 저기도 역전
문석 2003-02-11

영화제목을 둘러싼 작은 소동이 일단락됐다. 문제의 제목은 ‘역전의 명수’. 애초 이 제목은 박흥식(<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감독과 동명이인) 감독이 데뷔작에 사용하려 준비해둔 것이다.역전(驛前)에서 비루하게 살던 명수가 변호사인 형과 삶이 뒤바뀐다는, 그야말로 인생 역전(逆戰)을 다룬 탓에 이 제목이 꼭 맞았다. 그는 지난해 한 영화사와 계약을 했고, 제목을 저작권 등록까지 해놓았다.그런데 웰메이드필름과 에이원시네마가 준비 중이던 영화의 제목을 <오월의 정원>에서 <역전의 명수>로 바꾸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영화가 지난해 12월 크랭크인한다는 소식을 들은 박 감독은 이들 회사에 이 제목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심지어 이 영화의 고사 자리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웰메이드와 에이원은 “우연히 같은 제목을 갖게 된 것일 뿐이니 어쩔 수 없다”며 촬영을 시작했고, 이에 “제목을 빼앗기면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없게 된다”고 판단한 박 감독은 강력 대응을 결심했다. 2월7일에는 “11일 아내 박곡지 편집기사와 함께 삭발식을 하고 적극 투쟁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7일 상대 제작사는 제목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웰메이드의 이창세 대표는 “제목을 양보하기로 한 것은 그대로 촬영했다가는 영화가 다칠지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전의 명수’란 제목은 두 제작사와 홍보사 아트로드가 함께 수많은 후보 중에서 고른 것이며, 당시엔 같은 제목의 영화가 기획 중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소동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영화사들이 갈수록 관객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는 제목에 신경을 기울인다는 점과 제목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제목을 둘러싼 시비는 계속 일어날지 모른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