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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타노 다케시군,<기쿠지로의 여름>

청소년기에 누군가를 우상시했던 경험도 없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딱히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라며 부러워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단 한명, ‘기타노 다케시’라는 특출한 인물에 대해서만큼은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별난 감독이자 배우가 내 뇌리 속에 처음 인지된 것은, 그의 영화 <소나티네>를 보고 ‘대단한 사람이네’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뒤 순차적으로 <하나비>와 <키즈 리턴>과 같은 일련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리고 할리우드영화 <코드명 J>에 등장하는 ‘비트 다케시’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에 대한 부러움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영화도 잘 만들고 연기도 잘해서라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그의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는 직접 그린 그림들에도 필이 꽂혔고, 무엇보다 그런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다 산 사람 같은 그의 영화세계가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케시’에 빠져들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싱긋이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었다. “너, 그 사람이 등장하는 일본 TV프로그램 본 적 없지?” 당시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얼마 전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면서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막무가내표 동네 건달’ 기쿠지로의 모습이, 영락없이 TV 화면 속에 토끼복장을 하고 나와 무표정한 얼굴로 포복절도할 농담을 던지는 인기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의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작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생뚱맞다고 할 정도의 폭발적인 폭력장면이 거의 없는 대신 그 자리를 선량하고 어이없는 코미디로 가득 채운 <기쿠지로의 여름> DVD는,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평온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메뉴화면부터 시작되는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경쾌한 음악과 정갈한 일본의 시골풍경의 조화로운 결합 그리고 코믹한 설정들은 이 타이틀의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분 좋은 것은 서플먼트의 ‘Making Film’ 코너에서 배우인지 감독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카메라의 앞뒤를 넘나드는 만능 엔터테이너 ‘기타노 다케시’의 모습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옆에서 계속 웃고 있는 스탭들의 얼굴 표정을 발견할 때마다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그와 더불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촬영된 그와 작곡가의 작업과정에 대한 인터뷰가 ‘Interview with Director & Composer’ 코너에 수록되어 있고 이스터 에그로 히사이시 조가 주제가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도 들어 있기까지 해, 더욱 손이 가는 타이틀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

菊次郞の夏 Summer Of Kikujiro2002년, 감독 기타노 다케시자막 영어, 한국어, 일본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지역코드 3 출시사 엔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