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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권의 책으로 읽는 감독의 길 -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8]

광기의 본능, 광란의 열정

<올리버 스톤> 1, 2

위대한 정신이 광기와 동류인 것은 거의 분명하다.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얇은 칸막이에 지나지 않는다. - 존 드라이든(1631∼1700)

올리버 스톤을 처음 만났던 영화는 <플래툰>이다. 인간 내부의 선과 악이란 관점에서 베트남전을 그린 <플래툰>을 보고는, 미국인의 자기변명이라고 생각했다. <JFK>와 <올리버 스톤의 킬러>를 본 뒤에도 그런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촬영과 편집은 언제나 최고였고, 자유자재로 배우들을 다루는 솜씨도 탁월했지만 너무나 선명한 메시지가 거슬렸다. 올리버 스톤은 늘 큰 목소리로 뭔가를 설명하려 들었다. 그 강압적인 태도가 싫었다. 그런데 <올리버 스톤>(컬처라인 펴냄)을 읽고, <U-턴>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올리버 스톤은 논쟁적인 감독이다. <코난>과 <스카페이스>의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파시스트’라고, <플래툰> <7월4일생> <JFK>를 만들었을 때는 ‘미국’을 부정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법을 위반하는 것을 일종의 정신적 탐험이라고도 생각했던 스톤이 미디어의 폐해를 공격하는 <…킬러>를 만든 것도 화제였다. 올리버 스톤은 언제나 분명하게, 극단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모호한 쪽보다는 확실한 쪽에서 잘못되는 편이 낫다. 나는 분명한 것이 좋다. 내 스스로가 혼란과 모호함의 산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극단의 힘을 믿는 것은 극단 속에서 인간은 더 거대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을 팽창함으로써 더 넓은 세상을 본다는 얘기다.” 게다가 스톤에게는 악동 기질이 있다. ‘자신의 작품이 품위있고 고상하다는 세평을 받을 때마다 뭔가 그에 반대되는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을 느끼고 새로운 지평으로 달려간다.

올리버 스톤은 항상 자신을 극단으로 이끄는, 잠시도 자신과의 싸움을 놓치지 않는 인간이다. 윌렘 데포는 “그는 늘 악마와 싸우고 있다. 그것이 갈등의 출발이다. 그의 긴장과 열정은 모두 그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올리버 스톤은 평화와 안정이 아니라 카오스 속에서 희열을 느낀다. ‘공포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욕망으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사람. 엄청난 욕구와 엄청난 욕망의 소유자’인 것이다. 절제와 책임감의 표상인 아버지와 자유분방함의 전형인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케네디 암살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스톤은 스스로가 ‘왜곡의 산물’이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믿은 내 생각은 모두가 환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버리고 베트남으로 향했고, 무작정 배를 타고 몇 개월간 선원생활을 하기도 했다. 올리버 스톤은 ‘자신의 악마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형의 인간이다.

올리버 스톤과 함께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우선 그를 견뎌내야 한다. 엄청난 변덕과 무지막지한 양의 일, 그리고 인간적 모욕과 독설까지 참아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스톤과의 작업을 반긴다. ‘그는 성공에 갇혀서 살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밀어붙이듯 자기 자신도 밀어붙인다.

제임스 리이단 지음 | 이순호 옮김 | 컬쳐라인 펴냄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자기 세계를 넓히려고 노력’하는 인간과 함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게다가 스톤은 칭찬과 명예가 아니라 ‘모욕과 비난 때문에’ 자신이 발전했다고 믿고 있다. 길다는 이유로 <JFK>를 빌리지 않는 여자를 보고 스톤은 “자기 나라의 역사에도 관심이 없는 그 여자는 분명히 좀 모자라는 사람일 거야”라고 말한다. ‘너무 정직하다보니 마음속에 있는 말을 묻어두지 못한다…. 자기는 단지 사실을 말하고 그걸 알려주는 게 자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족한 상태에 그냥 안주해버린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완벽을 위해 노력하니까 다른 사람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감독은 이상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스톤은 순간의 광기와 이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자신의 악마와 싸우면서. 돈을 위해서도, 예술을 위해서도 아니다. 스톤은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운다. 결코 자신을 변호하지 않고, 동정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으면서 믿는 대로 광기와 분노가 이끄는 대로 자신을 움직인다.

다행히도 올리버 스톤에게는 ‘강한 본능, 다양한 예술적 재능과 그 재능을 받쳐줄 광범위한 능력’이 있었고, ‘그 균형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게 스톤을 위대한 감독으로 이끌었다. 자칫했으면 마약중독자로 끝나버렸을 인생을. 요즘 올리버 스톤은 ‘마음의 평화를 찾고 내부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혹시 그게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은 아닐까? ‘힘의 원천인 내적 투쟁’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구심도 든다. 광기가 사라진 스톤을 보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별로 없다.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

스톤이 더 궁금하다면

영화에 대해 스톤의 말을 직접 듣고 싶다면 <사이트 앤 사운드> <아메리칸 시네마토그래퍼> <포지티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과 가진 인터뷰를 모아놓은 을 보면 된다. 그 영화들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을 알고 싶다면 로버트 브렌트 코플린이 편집한 <Oliver Stone’s USA: Film, History, and Controversy>가 좋다.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비판과 비난에 대한 올리버 스톤의 에세이와 코멘트 등을 다양하게 모아놓았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에 대한 학문적인 평가를 위주로 한 책에는 수잔 매케이 칼리스의 <Oliver Stone’s America: “Dreaming the Myth Outward”>, 돈 쿤츠의 <The Films of Oliver Stone>, shaks 캐건의 <The Cinema of Oliver Stone> 등을 고를 수 있다. 스톤에 대한 사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닉슨>과 <애니 기븐 선데이>의 공동제작자였던 에릭 햄버그의 <JFK, Nixon, Oliver Stone and Me: An Idealist’s Journey from Capitol Hill to Hollywood Hell>도 흥미롭다. 워싱턴과 할리우드의 꿈과 환멸을 고스란히 겪었던 경험을 유머러스하게 진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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