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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완전 정복
2003-03-12

“캔 유 스픽 잉글리쉬?” <생활의 발견>의 김상경이 골목 어귀에서 만난 추상미의 남편에게 던진 대사가 아니다. 영어학원 입구에서 만난 두 사람, 이나영과 장혁이 <영어 완전 정복>(제작 나비픽쳐스·아이엠픽쳐스)에 나란히 캐스팅되었다. 각각 드라마 <대망>과 <네 멋대로 해라>를 끝내고 차기작을 고르던 장혁과 이나영은 <비트>부터 <무사>까지 주로 ‘남자영화’만을 연출해왔던 김성수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로맨틱코미디에서 첫 호흡을 맞추게 된 것이다. 특히 평소에 늘 “외계인같은 역할”을 찾아헤매던 ‘별소녀’ 이나영에게 <아멜리에>식의 엽기발랄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영어 완전 정복>은 눈에 맞는 시나리오였던 셈.

신문의 오늘의 운세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동사무소 직원인 영주는 늘 자신같이 매력적인 여자를 왜 세상 남자들이 가만히 놔두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그에게 회식자리에서 미션이 떨어진다. 바로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외국인 민원처리를 위해 모든 동사무소 직원을 대표해 영어학원에 다닐 것! 줄반장 당선도, 복권 한번 담청된 적도 없는 영주에게 ‘영어학원 당첨’은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버스광고도 영어, 길거리 간판도 영어, 꿈속에서 펼친 오늘의 운세도 영어로 되어있는 세상은 그녀의 기를 팍팍 죽인다. 그러나 그런 영주 앞에 백마 탄 왕자님 ‘문수’가 나타난다. 사실은 백화점에서 구두를 파느라 입에 발린 칭찬이 생활화된 문수의 친절을 ‘틀림없는 관심’으로 받아들인 영주는 그가 “영어 잘하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혼자 오해한 채, 영어 완전 정복에 정진한다.

사실 문수는 집안 사정상 어릴 때 캐나다로 입양보낸 여동생의 귀국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단기속성영어정복’을 목적으로 학원을 등록한 것. 그러나 몸속에 끊어오르는 바람기를 주체 못하고 이 여자, 저 여자에게 추근대는 것으로 소일하던 그에게 두꺼운 안경에 답답하게 생긴 영주의 등장은 뜬금없다. ‘영어 정복’만큼이나 어려운 영주의 ‘사랑 정복’은 커트라인을 넘길 수 있을까?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작업 중인 <영어 완전 정복>은 4월 초 크랭크인해 9월 중순 개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