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도쿄] 시바사키 고의 신작 <부활>, 깜짝 흥행
2003-03-31

풍성한 에피소드, 배우, 미디어 믹스 전략 등이 성공 요소

죽은 자들이 사랑하는 이들 앞에 되살아 나타난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의 판타지영화 <부활>이 일본 극장가에서 예상을 넘어서 크게 선전하고 있다. 1999년 <달빛의 속삭임>으로 데뷔한 뒤 <어디까지라도 가자> <해충> 등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온 시오타 아키히코 감독 작품. 전작의 경우 주로 소극장에서 제한된 관객을 상대로 작품을 상영해왔지만, <부활>은 TBS의 프로듀서가 기획하고 메이저 배급사인 도호가 전국 개봉을 추진했다. 배급 관계자들은 큰 히트를 기대하지 않고 3주 상영을 계획했으나, 예상 밖으로 관객의 호응이 뜨겁자 극장을 바꾸고 연장상영에 돌입했다. 같은 시기에 상영된 오다 유우지 주연의 블록버스터 의 흥행수입 15억엔을 넘어선, 20억엔이 이 영화가 거둬들인 최종 매표 수익이다.

<부활>이 이렇게 대히트를 기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는 사건을 조사하러 오는 젊은 공무원 역의 배우가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 SMAP의 멤버 구사나기 즈요시. 비교적 수수한 인상인 그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작년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였고, 주연으로 출연한 TV드라마가 일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의 왕성한 활동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극중에서 인기가수로 출연한 시바사키 고(<고> <배틀 로얄>)가 극중 이름 루이로 발매한 음반이 히트하는 등 미디어 믹스 전략도 영화의 흥행에 일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일반 관객이 받아들이기 쉬운 러브 스토리를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죽은 나이 그대로 되살아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그려내 평범함을 거부하는 까다로운 관객까지 포섭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SF 작가 가지오 신지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감독을 포함한 세명의 작가는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난다는 설정 이외 배경이나 인물관계는 크게 변경해 각색했다. 그중에서도 이지메로 자살한 뒤 되살아나 자기 교실을 찾아온 중학생 이야기는 감독의 전작 <해충>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상적인 몇몇 롱테이크와 불친절한 생략(사람들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끝까지 알 수 없다)은 일반 상업영화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위험 요소들.

시오타 감독은 <키네마 순보>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의 기획이지만, 나 이외에는 찍을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 그것을 찾아봐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면 좋지 않은 일이 생겨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을 뿐 아니라, 시오타 감독 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