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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11일까지 열리는 히치콕 회고전 [2]

히치콕, 드 팔마는 그를 모방하지 않았다?

히치콕에 대한 트뤼포의 말을 조금 변형하자면,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누구의 영화를 따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몇 안 되는 감독’이 바로 브라이언 드 팔마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자신을 히치콕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싸이코>에 영감을 얻어 <자매들>을 만든 것이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평단은 브라이언 드 팔마를 히치콕의 인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브라이언 드 팔마는 <강박관념>을 만든 뒤에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나아가 히치콕의 <현기증>과 <사이코>를 조합한 것으로 유명한 <드레스드 투 킬>을 만든 다음에는 자신의 영화가 히치콕과 다른 점이 많다며 오히려 성질을 냈다. 특이한 반응이긴 하지만, 다행스럽게 드 팔마만의 창조력은 점점 더 빛을 발한다.

하지만 <강박관념>은 <현기증>을, <드레스드 투 킬>은 <싸이코>를, <침실의 표적>은 <이창>과 <현기증>을, <칼리토>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참조한다. 그러므로 브라이언 드 팔머는 일종의 히치콕적 환자이며, 히치콕적 주인공이다. 정말 자기가 히치콕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음을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드 팔마는 <팜므파탈>에 이르기까지 히치콕주의자이다. 입으로는 히치콕을 버렸지만 영화로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오히려 그 점이 점점 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가 흥미있어지는 진짜 이유인지도 모른다.

영화 <필사의 추적>(Blow Out)은 드 팔마가 히치콕 영화에 얼마나 익숙한지를 보여주는 숨은 무의식(아니면 얼마나 거짓말에 능숙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녹음기사 잭은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여자를 구해낸다. 샐리는 차 안에서 죽은 정치인과 동행이었다. 죽은 정치인의 입장을 고려해 부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침묵을 약속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다시 듣게 되는 소리. 소리가 이상하다! 타이어 펑크로 인한 사고사로 판정되었지만, 다시 듣는 녹음기에서는 총소리가 들린다. 한마디로 <필사의 추적>은 귀로 듣는 <이창>이다. <이창>의 사진기자와 <필사의 추적>의 녹음기사는 동일한 역할을 한다. <이창>의 보는 것과 <필사의 추적>의 듣는 것은 동일한 모티브이다. <이창>의 담뱃불과 <필사의 추적>의 총소리는 같은 범죄이다. 히치콕이 시선에 잡히는 오점으로 서스펜스의 효과를 창조했다면, 드 팔마는 교묘하게 청각으로 뒤바꿔 그 서스펜스를 쫓아간 것이다.

몇개의 예가 끝났다. 히치콕의 영향 아래 있는 다수의 영화들이 오히려 히치콕적인 요소들을 다치게 하는 것은 그것을 단순히 패러디의 재미로 뒤바꾸려하거나, 소재의 차원에서만 이해하거나, 외연적인 틀만을 가져올 때 생겨난다. 아마도 그 점에서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히치콕 영화의 정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누벨바그 세대들일지 모른다. 앙리 뵈르네유에서부터 제임스 본드류의 영화까지, 히치콕 영화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감독의 이름과 영화들을 열거하던 트뤼포는 그 안에 스스로의 이름도 주저없이 끼워넣었다. 샤브롤과 로메르는 히치콕에 관한 저서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누벨바그 감독들의 영화 안에서 히치콕의 인장을 낱낱의 작품에 한정해 말하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다. 그들이 히치콕의 영화를 두고 정의한 ‘죄의 전이’, ‘이중의 관계’, ‘범죄의 역전성’, ‘비극적 도덕’ 등등의 개념들이 샤브롤의 <도살자>, 트뤼포의 <이웃집 여인> 같은 영화에서 묻어나긴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적 지침들은 그 전체를 관통하면서 조금씩 굴곡되어 있다. 그들 역시 또 다른 창조를 요하는 영화감독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히치콕주의자들의 성공이란 히치콕을 벗어나는 것이다. 히치콕의 형식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히치콕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정작 히치콕의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변형하기보다 전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히치콕의 영향 아래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말의 역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히치콕은 여전히 불멸하는 것이다. 정한석 mapping@hani.co.kr

히치콕 영화의 리메이크와 속편노먼은 그뒤에 어떻게 되었냐면…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들은 그 대중적인 호응을 증명이라도 하듯 리메이크와 속편 제작이 줄을 이었다. 히치콕 스스로가 자신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은 1934년 영국 시절 제작한 <너무 많이 안 사나이>를 1956년 캐리 그랜트 주연으로 다시 만들었을 때다. <너무 많이 안 사나이>의 리메이크는 다시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히치콕의 의도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그 밖에 같은 내용, 또는 질적으로 떨어지는 영화들의 리메이크, 속편격의 영화들이 종종 다른 감독들에게서 만들어졌다. 부인의 외도에 대한 질투와 그녀의 돈 때문에 부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남자, 그리고 그 부인 사이에 벌어지는 스릴러물, <다이얼 M을 돌려라>(출연 그레이스 켈리, 1954)는 98년 <퍼펙트 머더>(감독 앤드루 데이비스, 출연 마이클 더글러스, 기네스 팰트로)라는 제목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었다.

노먼 베이츠를 연기한 앤서니 퍼킨스를 일약 공포영화의 스타로 올려놓은 <싸이코>는 수많은 영화에서 욕실 살해장면이 인용되었고, 유사한 제목으로 수없이 비슷한 영화들을 양산했다. 한번도 히치콕이 만든 1편의 역량에 미친 작품들은 없었지만, 83년 <싸이코2>(리처드 프랭클린)에서 다시 한번 앤서니 퍼킨스는 노먼 베이츠로 등장하였고, 86년 <싸이코3>에서는 주연뿐 아니라 직접 감독을 맡기도 했다. <싸이코>의 시리즈화는 90년 제작된 <싸이코4>(믹 개리스)까지 속편을 낳았다. 그리고 리처드 로스테인에 의해 <베이츠 모텔>이라는 제목으로 텔레비전용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구스 반 산트에 의해 거의 모든 장면(심지어 숏들까지)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다프네 뒤 모리에의 원작으로, 히치콕 자신에 의해 스스로의 필모그래피 중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63년 작품 <새>는, 외딴섬에서의 새들의 공격이라는 공포스런 소재가 계기가 되어 앨런 스미시와 릭 로젠탈이 1994년 <새2>라는 텔레비전 영화로 속편 제작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히치콕 영화들은 많은 감독들에 의해 수차례 속편화, 또는 리메이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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