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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도 잔인한 4월
문석 2003-04-14

<지구를 지켜라!> 기대 이상 저조, CJ엔터테인먼트 <살인의 추억> 조기 개봉 ‘비상’

<선생 김봉두>와 <시카고>가 2주째 팽팽한 양강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4월 첫 주말 개봉한 <지구를 지켜라!>(사진)가 흥행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이 영화를 찾은 관객은 주말인 5, 6일 이틀 동안 서울 1만1천명, 전국 3만2천명이었고, 10일까지 서울 2만5천명, 전국 5만3천명에 불과했다. 첫 주말을 넘긴 뒤 대부분의 극장이 이 영화의 간판을 내린 탓에 <지구를 지켜라!>는 10여개의 스크린만으로 개봉 2주차를 넘기고 있다.

사실, <지구를 지켜라!>는 각종 매체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지지와 찬사를 받았지만 흥행 전망에선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요즘의 관객 경향으로 미뤄볼 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다소 잔인한 장면과 무거운 분위기, 기이한 상상력이 큰 환영을 받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었다. 36억원의 순제작비가 든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전국 180만명 정도의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데도, 제작사인 싸이더스는 ‘내부 목표’를 전국 100만명 정도로 잡았을 정도다. 하지만 관객의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냉담했고, 싸이더스와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됐다. 특히 제작비의 30%가량을 직접 투자한 싸이더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셈이다. 차승재 대표는 “우려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실패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CJ엔터테인먼트도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5월1일로 예정됐던 <살인의 추억>을 한주 앞당겨 개봉하기로 긴급 결정을 내렸다. <지구를 지켜라!>의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선 <엑스맨2>와 <나비> 등이 버티고 있는 5월 초보다는 <보리울의 여름>과 <오세암>이 개봉하는 4월25일이 낫다고 판단한 탓이다. 이같은 결정으로 난데없는 불똥을 맞은 영화도 있다. 4월18일 개봉하는 <질투는 나의 힘>이 그것이다. 이 영화를 배급하는 CJ는 애초 2주 동안 개봉할 것을 약속했지만, 급작스레 바로 다음주에 <살인의 추억>을 배치한 것.

한편 <지구를 지켜라!>와 함께 4월4일 개봉한 <태양의 눈물>과 <하늘정원>도 10일까지 각각 서울 5만3천명, 전국 17만5천명과 서울 3만명, 전국 10만명을 동원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렸다. 비수기의 한파와 <선생 김봉두>와 <시카고>의 위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모양새였다. 4월11일 개봉작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동승>이다. 예매 순위에서 1∼2위를 오간 이 영화는 <선생 김봉두> <시카고>와 함께 3강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매트릭스2>가 개봉될 5월23일 이전에 영화를 공개해야 하는 각 배급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월의 극장가는 분주해지고 있다. 관객을 잡기 위한 각 배급, 제작사들의 전투가 뜨거워질수록 <지구를 지켜라!> 같은 ‘희생자’는 늘어날 것이다. 한 시인의 말마따나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