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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9]
김현정 2003-04-18

청년 기타노 다케시를 보여드립니다.

추천작 Part VI - 숨겨진 수작 베스트 6

타지키스탄 천사의 우화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 Angel on the Right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 감독 잠셋 우스마노프 | 타지키스탄 | 2002년 | 89분

캄로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십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 사람들은 어머니의 관이 명예롭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대문을 고치라고 요구하지만, 캄로는 그렇게 수리한 집을 팔아 빚을 갚을 생각뿐이다. 마침내 집수리가 끝난 날, 죽어가던 어머니는 멀쩡하게 일어나 열살 난 어느 소년이 캄로의 자식이라고 선언한다.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는 <벌이 날다>의 공동감독 잠셋 우스마노프가 연출한 영화다. 고향 타지키스탄 아쉬트를 배경으로 택한 우스마노프는 가난하고 무력한 마을을 냉소적으로 스케치하면서도 문득 따뜻한 인정 한 조각을 주워들곤 한다. 현실과 어긋나지 않는 초현실적 결말이나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굴곡도 영화에 온기를 더하는 요소. 의미를 알기 힘든 제목은 캄로의 어머니가 죽기 전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왼쪽 어깨 위의 천사는 생전의 악행을,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는 생전의 선행을 기억해 저승에서 서게 될 심판대에서 풀어놓는다는 우화로부터 나온 것이다. 두 천사 중 오른쪽 천사를 제목으로 삼은 감독의 낙관이 든든하다.

세상에 던져진 젊은 여성의 절망

소피! Sophiiiie! 디지털 스펙트럼

감독 마이클 호프먼 | 독일 | 2002년 | 107분

소피는 남자친구에게 임신한 사실을 알리고선 혼자 함부르크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자학하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남자들은 비슷한 상처를 더하려 할 뿐이다. 술집에 들러도, 택시를 타도, 그 택시기사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도, 파괴적인 하룻밤을 보내는 소피에게 위로가 돼주는 사람은 없다. 다음날 아침 10시면 소피는 병원으로 가 아이를 지워야 한다. <가디언>은 <소피!>가 <로제타> <아들>을 연출한 다르덴 형제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그러나 <소피!>는 냉정하게 사색하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보다도 감정이 풍부하고 마음이 약하다. 소피를 따르는 카메라는 그녀가 구한 마지막 위안마저 저주로 판명되는 순간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무너져내린다. 광고감독이자 디자이너 출신인 마이클 호프먼은 평범한 소재와 기법으로, 결코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스스로를 던진 젊은 여성의 절망을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창백하게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각본과 제작 역시 감독이 직접 맡았다.

미국 10대문화의 잔혹한 자회상

켄 파크 Ken Park

디지털 스펙트럼 | 감독 래리 클락, 에드 라크만 |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 2002년 | 96분

래리 클락은 육십을 꼬박 채운 나이에도 잔인한 십대 시절을 잊지 않은 감독이다. <키즈>로 격렬한 논쟁과 항의를 불러일으켰던 그는 다시 한번 시나리오 작가 하모니 코린과 함께 <켄 파크>를 만들어 미국과 유럽의 영화제들을 뒤흔들었다. <켄 파크>는 하모니 코린이 95년작인 <키즈>보다 먼저 각본을 써둔 영화. 선뜻 제작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묵혀두었다가 피터 그리너웨이와 작업해온 프로듀서 키스 카산데르 덕분에 생명을 얻었다. 십대 소년 켄 파크가 캠코더 앞에서 권총으로 자기 머리를 날린 오후, 영화는 남은 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조부모와 함께 사는 테이트는 분노로 들끓는 소년이다. 피치스는 경건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남자친구와 정사를 벌이고, 클로드는 독선적인 아버지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한다. 숀은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 매혹돼 있다. 피치스와 숀,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클로드가 섹스를 하고 장난을 치고 알몸으로 우정을 주고받는 마지막 장면은 래리 클락의 선정성과 함께 은근한 슬픔이 흐르는 대목. <에린 브로코비치> <시몬>을 촬영한 에드 라크만이 공동감독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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