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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 류승범 · 양동근,배우로 산다는 것 [3]

배우로 산다는 것?

설경구 | 바닥이 드러날까 하는 초조감은 없어요. 그저 매일 연기하는 게 다 부담이죠. 오히려 한 배우의 바닥에 대한 부담은 내가 느끼는 게 아니라 보는 사람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보는 사람들이 날 포기하면 할 수 없는 직업이죠, 이 직업이. 찾아주는 이가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라구요. 어떻게 보면 복받은 직업이기도 하면서 우울한 직업이죠. 그렇다고 딴 사람 구미에만 맞춰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류승범 | 외롭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양동근 | 외롭다는 거… 연기할 때는 잘 모르겠고, 평소 생활에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설경구 | 중훈이 형이 늘 하는 말이 외로운 사람들끼리 한달에 한번씩 만나서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하자고 하거든요. 물론 나는 동근이랑 다르게, 생활뿐 아니라 일하면서도 외로울 때가 있어요. 코너에 몰릴 때, 감독님은 나에게 숙제를 다 줬고 이제 내가 숙제를 해야 하는데, 잘 모르겠을 때 속타는 건 결국 배우죠.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고, 감독도 도와줄 수 없는 외로움이 있죠. 혼자 운동할 때도 그렇고.

류승범 | 그러게. 나는 ‘아라치’라도 곁에 있었지. 형은 혼자서 힘들었죠. (웃음)

설경구 | 배우들은 결국 나이가 든다고 해서 어떤 정해진 위치에 오르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일상에서는 선배에게 배울 것도 많지만, 현장에서는 배우 대 배우죠. 안성기 선배랑 연기해도 선배랑 연기하는 게 아니라 배우와 배우가 만나는 것일 뿐이니까. 참, 엊그저께 집으로 갑자기 난이 배달왔어, ‘축! 승진’이라고 써 있더라고. 아마 내가 회사 다니는 사람이면 좀 헷갈렸을 거예요. 당장 ‘나는 승진할 일 없는 사람’이라고 돌려보냈어요. 배우가 승진이 어딨어요.

못생겨서 죄송하냐구요?

설경구 | 승범이 이게 언젠가는 술처먹고 나한테 와서 자기나 나보다 잘생겼다고 그러구 가더라고. 내 참…. (웃음)

류승범 | 자꾸 꽃미남하고 비교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참, 사람들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부러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건지, 너 같은 인물도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면서 격려를 해주려는 건지. 그런데 분명한 건요. 원빈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분명히 나도 있어야 하구요. 그렇게 생긴 분들이 있으니까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가 나오는 거고, 나같이 생긴 놈이 있으니까 <품행제로> 같은 영화가 나오는 거거든요. 그런데 자꾸 비교를 하잖아요. 이 아이는 꽃미남이 아닌데 개성파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이런 식의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그 배우를 더욱 가두는 일 같아요.

양동근 | 자꾸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못생긴 사람들이 인기를 끌까 물으시는 것 같은데, 그건 시국하고 상관있는 것 같아요. 이주일 아저씨가 그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잖아요. 그 아저씨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런데 뭔가 이끌리는 게 있어서겠죠. 잘생겼건 못생겼건 간에 설명할 수 없는 매력 같은 게 있었으니 그 시대 많은 사람이 좋아했던 것 아니겠어요?

류승범 | 물론 잘생긴 배우들을 보면 아까 동근이 형이 말했듯이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질 때가 있어요. <비트>에서 우성이 형 보면 멋있잖아요. 기분 좋거든요. 그런데 똑같이 <비트>에서 오성이 형도 멋있잖아요. 각자만의 아우라가 있는 거죠. 배우에게는 잘생기도 안 생기고를 따지고 든다는 것 자체가 참 무의미한 것 같아요.

설경구 | 혹시 다음해는 꽃미남들끼리만 표지하는 거 아니에요? 꽃미남들 데리고는 편안한 데 가서 사진 찍을 거죠? 뻘밭에서 구르지도 않고, 발도 안 다치게 하고. 고운 데서, 좋은 데서.

류승범 | 와! 그럼 나는 3년 연속 창간표지를 하는 거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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