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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혹평 속,최고 최대 영화제 칸이 56번째 문을 열다 [2]
이다혜 2003-05-23

지난 5월 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5월14일 페넬로페 크루즈, 뱅상 페레, 키아누 리브스, 모니카 벨루치 등을 레드 카펫에 불러모으며 시작된 칸영화제는 올해도 언제나처럼 ‘스펙터클에 대한 매혹’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을 상영한 다음날 아침 <매트릭스2 리로디드>를 이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스펙터클의 영화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뜻을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각각 유럽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의 비전을 함께 보여준다는 의미.

그러나 이런 시도는 환영받지 못했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자 활극이자 러브스토리인 <팡팡 라 튤립>은 52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기도 한 크리스티앙 자크 영화의 리메이크로, 프랑스 대형 액션영화 붐을 선도한 뤽 베송이 제작하고, 그의 자랑스런 후계자 제라르 크라브지크(<택시2> <택시3> <와사비>)가 연출했다. 한동안 영어권 영화에 개막작 자리를 뺏겼던 프랑스의 자존심 회복? 결과는 그 반대다. 새로운 해석도, 새로운 형식도, 시대 정신도, 캐릭터도 없는 이 영화가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영화제의 개막작이라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뜨악해할 뿐이었다. <리베라시옹>은 “전세계의 명망있는 매체 기자들이 고군분투 끝에 칸에 왔는데 이런 영화를 개막작으로 보여주다니, 머리 숙여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이다”라고 빈정대기까지 했다. 애초 많은 기대와 화제를 모았던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 대한 반응도 별 하나 정도로 중지가 모아지는 등 좋지 않은 편이다.

구스 반 산트의 화려한 귀환

매체의 성격과 노선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감독과 작품들을 밀어주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현지 언론의 눈길은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과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두편에 집중되고 있다. <어둠 속의 댄서>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3년 전, 라스 폰 트리에를 혹독하게 비판했던 <카이에 뒤 시네마>는 그의 미국영화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도그빌>의 연극적 문학적 실험에 감복, “라스 폰 트리에의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이 기대된다”고 할 만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르몽드>도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의 한계에 도전하는 탐구자적 정신, 영화제작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힘” 등을 높이 사고 있다. 칸과 통 인연이 없어 보였던 구스 반 산트는 마이클 무어가 다뤘던 총기난사 사건을 모델로 한 극영화 <엘리펀트>를 들고 온다. <리베라시옹>은 “시네필들에게 작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구스 반 산트의 화려한 귀환”을 크게 반기고 있다.

이 밖에 칸에 모인 기자들의 의견을 취합해보자면,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아버지와 아들>, 피터 그리너웨이의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모압 스토리>의 영상미학에도 기대가 모이고 있다. 터키의 누리 빌게 세일란, <수쥬>로 알려진 로우예 등이 다크호스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며, <버팔로 66>의 빈센트 갈로의 신작 <브라운 버니>가 지난해 <돌이킬 수 없는>의 악명에 버금가는 스캔들로 떠오를 것이라고도 한다.

남은 열흘. 테러와 파업과 사스의 현실을 위무하는 ‘서프라이즈’를 만나게 될 것인가. 모두가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칸의 한국영화 칸에 한국영화가 없다고? 천만에

올해 칸에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은 오해다. 우선 <굿나잇> <사연> <원더풀 데이> 등의 단편 셋이 비평가 주간과 감독 주간에서 상영되며,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가 회고전에서, 이창동 감독(장관)의 <오아시스>가 비평가 주간에서 상영된다. <상록수> 상영 직전엔 이창동 장관이 무대에 올라 신상옥 감독을 직접 소개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 장편영화가 공식부문에서 상영되지 않는 대신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 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의 연예주간지 <텔레라마>는 한국영화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당신이 시네필이고, 서양인이고,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한국으로 가라”고 운을 뗀 뒤, 한국영화 시장의 근황과 쿼터제에 대한 이모저모를 이야기하고 있다. <친구>에서 발화된 조폭영화 붐, 그리고 <쉬리>에서 출발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선전, ‘사도마조히즘’을 다룬 작가영화(<거짓말> <섬>)의 면면 등 지난 몇년의 한국 영화계의 경향을 되짚고, 자국 시장에서 크게 흥행한 코미디 작품들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등의 소식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창동 문화부 장관을 ‘미스터 쿼터’로 소개하며, 영화감독 출신인 그의 활동상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또 같은 기사에서 올 칸영화제에서 <상록수>의 복원판을 상영하게 될 신상옥 감독에 대한 소개와 지난해 <취화선>의 영화제 수상으로 현지에서 비교적 친숙하게 느끼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신작 준비 상황 등을 싣고 있다. <무빙픽처스>도 칸영화제 프리뷰 특별판에서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기사를 7페이지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 기사는 자국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은 한국영화 시장을 눈여겨보라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한국 감독들의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프리 세일의 가능성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제와 별도로 진행되는 칸 마켓의 정보지에서도 한국영화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미로비전은 <스크린 인터내셔널>에서 펴낸 영화제 데일리의 커버를 <원더풀 데이즈>로 장식한 뒤, 마켓 프리미어를 실시했다. 이 밖에 시네클릭 아시아는 <장화, 홍련> <똥개> <올드 보이> 등 현재 제작진행 중인 작품들의 프리 세일을 준비하고 있으며, 튜브의 <튜브>, CJ의 <살인의 추억>, 강제규필름의 <블루> <몽정기> 등이 세일즈 목록에 포함돼 있다. 한편 쇼박스에선 <태극기 휘날리며>가 일본에 프리 세일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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