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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픽사를 찾아서 [2]
황혜림 2003-05-30

픽사와 디즈니

<틴 토이>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고, 합성을 위한 획기적인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개발한 89년 즈음, 픽사는 명실상부한 명가로 자리잡게 된다. 단편과 매년 늘어가는 광고 제작으로 3D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픽사는, 91년 월트 디즈니와 3편의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을 공동으로 제작, 배급하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첫 시도가 95년 말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3억6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그해 전미 흥행 1위라는 기대 이상의 기록을 세운 <토이 스토리>다. <토이 스토리>는 신기하게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들, 소품 하나하나 꼼꼼히 재건된 앤디의 방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3D테크놀로지의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한편, 신형 장난감 버즈에게 밀려날까 두려운 우디의 고민, 유일무이한 전사라 생각했던 자신이 대량 생산된 장난감 중 하나란 사실에 허탈해하는 버즈 등 장난감들의 동화와 자본주의 산업의 속성에 대한 유쾌한 풍자로 아이와 성인 관객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수작. 9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래세터에게 특별공로상을, 캣멀과 토머스 포터 등 기술진에 과학기술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토이 스토리>의 대성공 이후 픽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픽사는 광고 제작을 줄이고 장편애니메이션에 주력하기 시작했고, 이십세기 폭스,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드림웍스 등 디지털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을 계획하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픽사가 과연 디즈니와의 공생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설이 분분하던 97년, 디즈니는 픽사와의 계약을 갱신했다. <토이 스토리>의 경우 디즈니가 제작비의 전액을 투자하고, 픽사가 수익의 15%를 가져가는 조건이었다면, 새롭게 5편의 장편 제작을 계약하면서는 50% 투자, 50% 수익 배분이라는 동등한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새로운 계약 조건 아래 제작된 두 번째 장편 <벅’스 라이프>(1998)는 매끈한 초록빛 숲속 곤충들의 소우주와 포악한 메뚜기떼에 맞서는 일개미의 모험담으로 성공을 거뒀으며, 세 번째 장편 <토이 스토리2>(1999)는 세계적으로 4억8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전편을 능가하는 히트작이 됐다.

2001년 11월에 개봉된 <몬스터 주식회사>의 총수익은 2003년 3월 현재까지 집계된 바에 따르면 약 5억400만달러. 괴물 도시의 에너지원인 아이들의 비명을 채집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직원 설리와 마이크가 어린 소녀를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디즈니의 <라이온 킹>에 이어 애니메이션 사상 흥행 2위에 등극했다. 픽사의 신작 <니모를 찾아서>의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미국 언론의 관심사는 성공 여부 자체가 아니라 과연 전작에 비해 얼마나 성공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픽사가 4편의 장편과 7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내놓는 사이, 드림웍스와 PDI가 <개미>와 <슈렉>을, 콜럼비아와 일본의 스퀘어사가 <화이널 판타지>를 선보이는 등 3D 컴퓨터애니메이션은 세계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하지만 유독 ‘픽사 애니메이션’이 작품마다 화려한 기록 행진을 벌이면서 하나의 브랜드 혹은 장르처럼 여겨질 수 있는 것은 왜일까.

과학과 예술이 만나면 예술이 이긴다

아무리 눈을 부라리며 픽사의 전작을 곰곰이 뜯어봐도, 정답은 아주 단순하다. 아이든 어른이든 세대를 넘어서 공감을 부르는 이야기의 힘. 한동안 가족처럼 애지중지했지만 어느새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우디와 버즈들,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 새까맣게 기억의 벽장 속에서 잊혀진 괴물들, 그리고 여왕개미와 일개미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까지 마냥 신기했던 곤충들의 마이크로코스모스. 한때는 어린 우주의 신비였으나 이제는 보지 못하는 것, 보고도 지나치게 되는 존재들을 되살려내는 픽사의 마법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놀랍다. “<토이 스토리>를 만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도 내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었지’ 하고 공감하는 게 좋아서” 유년의 기억에서 벽장 속의 괴물을 끄집어냈다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공동 감독 피트 닥터의 말처럼,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아주 사소한 일상에 천착하면서 자연스러운 교감의 고리를 발견해낸다. 섣불리 교훈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의 현재이자 어른들의 향수 어린 추억에서 낚아올린 웃음과 가족주의적인 선량한 판타지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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