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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소룡 신화의 부활을 꿈꾼다

조금씩 모습 드러내는 주성치 신작 <쿵푸>

<소림축구>(少林足球) 이후, 2년여의 침묵을 지키던 주성치의 신작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6월27일 크랭크인하여 철저한 보안 유지 속에서 촬영 중인 주성치의 신작 <쿵푸>(功夫)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스토리는 물론 극중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투자·배급을 맡은 미국 콜럼비아사쪽의 요구로 일체의 언론매체 노출을 피하며 상하이에서 촬영 중인 <쿵푸>는 이미 2천만인민폐를 투여하여 30, 40년대 상하이의 풍모를 재현한 대규모 세트를 제작했고, 이곳에서 4개월여 동안 모든 촬영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한 촬영 뒤 세트로 인한 영화 관련 정보의 누출을 막기 위해 크랭크아웃 직전 전 세트를 폭파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듯 빈틈없이 비밀을 지켜오던 <쿵푸>의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것은 제작, 감독, 시나리오 및 주연을 도맡은 주성치와 극중 ‘도끼파’(斧頭派)의 ‘큰형님’ 역과 홍콩 영화권에서는 감독 못지않은 권위를 지닌 무술감독을 맡은 홍금보와의 불화설이 떠돌면서부터이다. 결국 홍금보는 촬영장을 떠났고, 주성치는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미국에 있는 원화평 감독에게 구원 요청을 한 상태이다. 평소 신작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매일 반복되는 콜럼비아사쪽의 간섭에 신경이 곤두섰던 주성치는 제작사의 지시를 무시하며 언론매체와 빈번한 접촉을 가지고, 이번 작품에 큰 기대를 건 자신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홍금보와 현장에서 잦은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애초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현장을 떠난다는 입장을 밝힌 홍금보는 최근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룡과는 그 오랜 시간 같이 일하면서 언쟁 한번 없었다. 미국에서의 모든 스케줄을 뒤로 하고 참여한 영화현장을 왜 떠날 수밖에 없었겠는가”라며 주성치와의 불화를 인정했다.

주성치가 이번 <쿵푸>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는 것은 <소림축구> 이후 두 번째 단독 감독작이라는 점 외에도 평소 그의 우상이었던 이소룡의 그림자가 곳곳에 스며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용쟁호투>(龍爭虎鬪)에 참여했고 <사망유희>(死亡遊戱)에서 무술지도를 담당했던 홍금보를 무술감독으로 내세운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신정무문>(新精武門)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희극지왕>(喜劇之王)에서 극중극 형식으로 <정무문>(精武門)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소림축구>에서는 이소룡을 닮은 배우를 골키퍼 역으로 캐스팅하는 등 작품을 통해서도 꾸준히 이소룡에 대한 애정을 표했던 주성치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도 <사망유희>에서 이소룡과 2m 이상의 장신 카림 압둘 자바가 벌였던 결투신을 재현하며 변함없는 이소룡에 대한 존경을 표시할 예정이다. <쿵푸>는 이소룡 저서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2억홍콩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지금까지의 주성치 영화 중 최대의 규모를 가진 <쿵푸>는 북미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서양인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이소룡을 전면에 내세우고 미국 배급사를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전언에 따르면 시나리오 또한 서양인의 유머에 맞게 수정되었다 한다. 하지만 주성치 영화의 일관된 구조인 작은 인물이 고군분투 끝에 강자가 된다는 스토리는 반복될 것이다. 60, 70년대 유행하던 무협영화들을 잠재우며 새로운 쿵후영화의 시대를 연 이소룡처럼 주성치 또한 자신만의 코미디와 쿵후액션의 결합을 시도하며 또 다른 중국인의 신화를 꿈꾸고 있다. <쿵푸>는 이르면 내년 설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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