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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정체성을 소리로 듣다,<피아노2>
권은주 2003-09-24

1927년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 무렵,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에게서 소식이 끊긴 뒤 유대인 소녀 수지는 영국인 부부에게 입양된다. 아버지에게 배운 유대계 전통음악을 결코 잊지 않고 있던 수지는 자신의 영혼의 부름을 따라 파리의 유명한 쇼단에 들어간다. <피아노2>라는 괴상한 제목으로 출시된 샐리 포터의 2000년 작품 원제는 ‘울고 있던 남자’다. 여주인공 수지를 둘러싼 남자들이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릴 때 영화 곳곳에 울려퍼지는 베르디, 푸치니, 퍼셀, 비제의 오페라 선율은 드라마틱한 감정의 고조를 한껏 돋운다. 내러티브와 액션을 반영하는 주체는 그러니까 여기서 음악이며, 샐리 포터는 그것을 사샤 비에르니(알랭 레네와 피터 그리너웨이의 파트너)의 탐미적이고 도취된 듯한 시선과 결합시킨다. 자신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좇고자 하는 소녀의 여정을 담아내는 <피아노2>는 더없이 대담하고 로맨틱한 사운드와 비주얼로 황홀하게 빚어내는 오페라-영화인 셈이다. 로저 에버트는 이 영화를 두고 <물랑루즈>에 비견할 만한 유일한 파트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The Man Who Cried, 2000년감독 샐리 포터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케이트 블란쳇, 조니 뎁, 존 터투로, 해리 딘 스탠튼장르 드라마출시사 카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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