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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샤이오궁 떠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재정난 타파 위해 정부와 타협, 베르시로 이전 결정

프랑스 영화사랑의 상징적인 공간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게 됐다. 지난 9월22일 소집된 특별총회에서 참석자의 93% 지지로 현재 샤이오궁과 본 누벨 대로에 자리한 2개의 극장을 전 미국문화센터 자리였던 베르시로 옮기는 것이 결정됐다. 그동안 국가를 상대로 독립성을 유지하고 샤이오궁을 지키기를 고수하자는 입장과 현재의 재정난을 타파하기 위해 국가와 좀더 유동적인 타협점을 찾자는 입장이 부딪히면서 무수한 진통을 겪어오다 이런 결론에 이른 데는 국가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주효했다. 국가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시네마테크 예산의 80%를 부담하고 있는데 시네마테크쪽에 계속 이 금액을 지원받으려면 영화프로그래밍 활동을 새로운 장소로 집중시키고 또 국가와의 재정적인 관계에서 투명성을 가질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문화부 장관인 장 자크 아야공은 이 조건이 충족되면 국가가 전폭적으로 시네마테크를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영화박물관 관장으로부터 시네마테크 책임자, 그 대표 등이 모두 경질되면서 ‘모두가 모두를 자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심한 혼란을 겪다 이렇게 상황이 정리되는 데는 문화부 장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새로운 시네마테크 책임자로 임명된 전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세르주 투비아나의 정치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핵심적인 갈등 요소였던 국가의 개입문제와 재정적인 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점을 찾은 것은 다음과 같다. 국가는 자문자격으로 두명을 시네마테크 운영에 참여시키고 시네마테크는 동일한 인원으로 국가에서 파견한 위원과 시네마테크에서 선임한 위원으로 재정위원회를 운영해 공금의 공정한 사용에 전력하게 된다.

2005년으로 예정된 시네마테크 이전과 함께 화재로 문을 닫았던 영화박물관도 2006년이나 2007년경 재개관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미지의 궁전’이나 ‘영화의 궁전’ 등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대체할 새로운 명칭이 언급돼왔지만 최종적으로 그대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고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새로운 변화로 시네마테크가 국가기관이 아니라 사적인 협회지위를 계속 유지함과 동시에 재정적인 어려움을 타파하고 투명성을 담보하게 되기를 모두들 기대하면서도 수많은 시네필들이 넘나들던 샤이오궁의 시네마테크 계단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시대가 가고 있다는 노스탤지어를 누를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