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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무난하고 괜찮은걸? <불어라 봄바람> O.S.T
2003-10-02

장항준 감독과 윤종신 음악감독이 다시 한번 궁합을 과시했다. <불어라 봄바람>은 <라이터를 켜라>에 이어 그들의 두 번째 호흡맞춤. 둘이 오랜 친구 사이라는 것은, 영화촬영의 그 바쁜 와중에도 윤종신이 진행하는 에 ‘어수선한 영화 이야기’인가를 장항준 감독이 꾸준히 진행해주었다는 것만 봐도 은근히, 그러나 거의 과시될 정도로 드러난다.

친구끼리 감독하고 음악하고 한다….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과 이병우 음악감독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는 친구 사이라 한다. 이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낯선 것도 아니다. 지네끼리 다 해먹는다는 시샘 섞인 ‘뒷구슬’을 깔 사람도 없진 않겠으나, 사실 감독과 음악감독의 친분은, 어떤 방식이든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왜냐하면, 음악과 영상이 사실상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동떨어져 있다기보다는 아무 상관없는 것들이다. 그것을 ‘부합’시키는 행위는, 코끼리 다리 만지는 일일 수도 있고 눈가리고 아웅일 수도 있다. 웬만하다면, 어떻게 해도 결과는 나오게 되어 있고 거기에 어떤 식으로든 클레임을 걸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괜찮다, 싶은 귀로 들으면 진짜 괜찮은 게 영화음악이다.

그러니까 다 ‘감각의 문제’라는 거다. 취향의 문제라고 해도 좋다. 정답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서로의 감각에 맞으면 그만이다. 부부간의 음식궁합과도 비슷하다. 매우면 매워서 좋고, 싱거우면 싱거워서 좋고. 매우면 매워서 싫고 싱거우면 싱거워서 싫고. 그 ‘감각맞춤’이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니 옛날부터 서로 알고 지내며 ‘저 놈, 어떤 놈이지’ 하고 알고 있는 감독과 음악감독은 남들이 겪어야 할 감각적 소통의 첫 어려운 고개는 일단 넘은 셈이다.

어쨌든 장항준과 윤종신의 감각적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둘 모두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사소한 소재들로부터 비롯되는 코믹하고 즐거운 상황을 자주 설정한다. 게다가 그 즐거움은 대개 일상적 왜소함에 대한 싸한 비판과 감쌈으로 귀결됨으로써 일상인들에게 묘한 씁쓸함과 비애감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바로 그 대목에서 이들의 영상-음악이 곱씹을 건더기를 제공한다는 것도 통한다. 에서 윤종신이 보여주는 그 ‘조리있는 어수선함’ 역시 약간의 공허함과 함께 우리 삶의 가장 일상적인 대목에 대한 은근한 반추거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O.S.T를 들어보면 윤종신 특유의 일상성이 잘 드러난, 물론 ‘대중적 이해’라는 기준선을 절대 넘지 않는 편안하고 흥겨운 음악들이 영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던 그 분위기 그대로 살아 있다. 모든 곡의 테마와 멜로디, 가사는 윤종신이 썼고 몇몇 대목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박용준, 나원주 등이 도와주었다. 노래가 있는 곡들은 한두곡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가수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등용시키고 있다. 적어도 영화를 생각한다면, 모두 무난하고 괜찮은 멜로디와 리듬이 편안하게 흐른다.

물론 이러한 감각맞춤은, 바로 ‘안성맞춤’이라는 그 이유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것들 사이의 대면, 혹은 충돌에서 오는 홈런은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매번 그런 대단한 것만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연속안타도 무서운 법이다. 이 연속안타들은 너무도 사소하여 쉽게 지나가버리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시켜준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득점력을 지니고 있다.

◆불어라 봄바람 OST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