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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2] <맹정 (Blind Shaft)>
2003-10-03

<맹정 (Blind Shaft)>

아시아영화의 창/ 중국/ 2003년/ 92분/ 감독 리양/ 오후 4시 메가박스 3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중국 감독 리양의 데뷔작으로 부도덕한 중국 현실의 단면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불법 광산을 옮겨다니는 두 남자가 있다. 탕과 송, 그들은 탄광 깊은 곳에서 한 청년을 곡괭이로 찍어죽이고 갱도에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한다. 자기들이 죽은 청년의 친척이라며 탄광 사장을 협박하는 두 사람. 탄광 사장은 탄광 사고가 알려져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까봐 돈으로 탕과 송의 입을 막는다. 탕과 송은 한몫 단단히 챙겨 광산을 떠난다. 그들은 살인과 협박으로 먹고사는 2인조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영화의 시선은 이 천인공노할 2인조를 살인마로 단정짓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쉽게 돈버는 일을 알게 된 것이다. “중국엔 모든 것이 부족하지. 하지만 사람은 넘쳐나거든”이라는 대사가 의미하는 대로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을 조금 소비했을 뿐이다. 탕과 송의 범죄에 대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영화는 본격적인 드라마를 전개한다. 도시에서 그들은 새로운 희생자를 물색하는데 어느 날 시골에서 막 올라온 16살 소년이 탕의 눈에 들어온다. 탕은 소년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송의 조카라고만 말하면 함께 탄광에서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다고. 순진한 소년은 탕의 말을 믿고 따라나서지만 탕이 소년을 데려오자 송의 마음은 울적해진다. 소년은 송에게 고향에 두고온 아들을 상기시키고 송은 과연 자기 자식 같은 소년을 죽일 수 있을까, 번민에 빠진다.

<소무>에서 <임소요>에 이르는 지아장커의 영화처럼 <맹정>은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통탄하는 영화다. 그것은 제3자의 눈에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영화는 초반부 살인장면을 너무도 갑작스레 보여준다. “고향이 그립지 않냐?”는 다정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곡괭이로 머리를 내려찍는 끔찍한 살인도 살인이지만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살인을 사고로 위장해 협박하는 대목이다. 죄의식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태연히 자행되는 상황,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여자를 사고 고향에 돈을 부친다. 사회주의의 어리석음과 자본주의의 잔인함이 뒤엉켜 만들어낸 악마는 인간성의 마지막 잔재까지 소멸시킬 것인가? <맹정>의 2인조가 어느 순진한 시골소년을 탄광으로 데리고 갈 때, 영화는 중국에 그래도 희망이 있는지를 자문하는 듯하다. 감독 리양은 어떤 대답을 내리고 있을까? 탕과 송의 선택에 그 답이 들어 있다.

글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