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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2] 그들은 싸운다, 고로 존재한다(+English)
2003-10-04

'경계에 선 영화; 중국독립영화 특별전' 에서 만나는 중국 독립영화의 현실

정성일 영화평론가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소무>(사진)를 만들고 난 직후 처음 지아장커를 만났을 때, 무심코 그를 (서방세계에서 그렇게 중국영화의 새로운 세대를 말할 때처럼) 중국영화의 여섯 번째 세대라고 불렀다. 그러자 지아장커는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아무 것도 이어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를 여섯 번째라고 부르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우리들은 다섯 번째 세대들과 형과 동생 같은 영화적인 의미에서의 가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 5세대들이 집으로 돌아간 지금 우리는 거리에서 고아처럼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그들은 모두 거리를 떠돌면서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흔히 부르는 중국 제 6세대라고 호칭하면 정작 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대만에서는 그들을 포스트천안문(後天安門)세대라고 부른다. 그들 자신을 만나면 지하전영(地下電影)이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름에 바로 그들의 자리가 있다. 화어권 바깥에서는 하여튼 그들을 첸 카이거나 장 이모우, 혹은 티엔지앙지앙의 다음 세대라고 편리하게 분류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선배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또는 그들은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어권에서는 중국영화가 89년 천안문 (앞에서의) 항쟁을 기점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금 영화를 만들고 있는 세대는 그 자신들이 공안당국의 감시를 받으면서 지하에서 불법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현실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영화 정신이라고 믿는다. 중국의 독립영화들의 ‘독립’은 거기에 있다. 중국 지하전영은 우리들처럼 당국으로부터 제도적 지원금을 받으면서 희희낙낙하며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또는 독립영화제에서 ‘뜨면’ 제도권으로 간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 속에서의 전투를 치르면서 영화를 만든다. 여기에 그들의 진정성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그들이 일치단결하여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북경도 사람이 사는 곳이며, 그 안에서 입장의 차이는 생각보다 골이 깊고 보기보다 단호하다. 그것은 올해 부산영화제가 마련한 ‘경계에 선 영화; 중국독립영화 특별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중에서 지아장커의 <소무>와 장밍의 <무산의 비구름>, 그리고 로우 예의 <주말연인>, 왕차오의 <안양의 고아>는 서로 다른 길을 간다. 그들이 중국의 현재 안에서 자기의 방식으로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모두 공식상영 금지 조치를 당했고, 일부는 아직도 중국에서 ‘공식적으로는’ 볼 수 없다), 이 네 편의 영화는 그들의 좌표 설정에서 서로 합류할 수 없는 차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올해의 명단에서 내가 가장 궁금한 영화는 우원광의 <농부와 함께 춤을>이다) 매우 의미심장하게도 그들의 차이는 중국의 관료적 사회주의에 대한 의문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받아들인 자본주의가 그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부숴 가고 있는가를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거기서 누구의 영화를 지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영화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지아장커의 영화를 지지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나의 영토 안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그들이 자기의 세상을 구성하고 반성하는 방식은 서로 멀리 떨어져있다. 물론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안에서 그들의 서로 다른 전략을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영화제에서 무리하게(!) 한 자리에 모아놓기는 했지만, 우리들은 그것들 사이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그럴 때에만 비로소 중국 안에서 살아가는 삶이 영화 안에서 그 입체적인 관점을 안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증언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소식. 유릭와이는 올해 칸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선정된 (조용원이 출연하는) <명일천애> 때문에 당분간 일체의 영화 활동이 금지되었다. (이 영화는 올해 부산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지아장커의 촬영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의 전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지금 중국영화만큼 그들의 일상생활과 전투를 치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끈질기게 그들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면서, 그들 자신의 영화를 지키는 나라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이들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표를 사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서 감독과의 대화에 앉아 있는 것은 영화가 여전히 현실 속의 삶과 역사의 모순 안에서 해야할 말을 하고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지지하는 실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니 북경에서 날아온 이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응원하며, 그들의 싸움을 담은 화면을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한국영화는 그들과 아시아에서 연대하고 있는가? 그래서 한국 영화는 자신들의 표현의 자유와 예술적 권리를 소중하게 사랑하고 있는가? 그것을 그들을 통하여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영화관에서 만나자!

Chinese Independent Cinema is at War!

When I first met Zhangke JIA right after he finished <Xiao Mu>, I casually called him 'the 6th generation' of Chinese cinema. However, he shook his head and said, "We did not inherit anything from them. Therefore, it holds no meaning for us to be called 'the 6th generation.' If we were to be called 'the 6th generation,' then we should share some sort of common ground with the 5th generation members in cinematic sense. However, they have gone back to their homes and left us all alone on the streets to make films on our own."

They give puzzled look when we call them 'the 6th generation' of Chinese cinema. In Taiwan, they are known as 'the Post-Tiananmen generation.' But, to themselves, they are 'underground filmmakers.' They declare they have learned nothing from their predecessors. Moreover, their paths are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irs. Since the Tiananmen Square demonstration in 1989, Chinese cinema has split into 2 different kinds. However, the most important element in their filmmaking is the fact that they are making unauthorized underground films under the watchful eye of the Chinese government. That is their true spirit.

It would be a misunderstanding on our part to think that all Chinese underground filmmakers make films in harmonious cooperation. In Beijing alone, people have extremely firm and different opinions. These differences are clearly present in 'Cinema on the Borderline: Chinese Independent Films,' part of this year's PIFF Special Programs in Focus. Especially in <Xiao Mu>, <In Expectation>, <Weekend Lover> and <The Orphan of Anyang>, the different headed directions are rather obvious. It is true they're all battling against existing system of China, (Screenings of above titles have been officially prohibited by the government) however, the differences in their fundamental means are the reason why it is impossible for them to unite as one. The differences are not based on their doubts on Chinese bureaucratic socialist system. Rather, they are based on how the capitalistic system in modern China is destroying their lives.

Lik-wai YU has been temporarily suspended from any activities related to filmmaking due to his film <All Tomorrow\'s Party>, which was selected for this year's Cannes Film Festival Un Certain Regard (It'll also be screened at PIFF Critics' Choice.). Their unending battle continues. I believe the Chinese 'underground filmmakers' are the only people in the world, who indefatigably defend their cinema, without compromise and without losing their hopes. Therefore, we must support our fellow filmmakers from Beijing and protect their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