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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스트 사무라이> 즈윅 감독
2003-11-21

"시대 달라져도 변치 않는 정신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입니다. 3년간 이 영화 제작에 매달려왔는데 비로소 이곳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네요. 일본 문화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제 영화가 동양문화에 무관심한 미국인들의 눈을 뜨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일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도쿄(東京) 록본기(六本木)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51) 감독은 다분히 일본 팬을 의식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아부성 발언'이나 '홍보용 코멘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를 배경으로 천황군(天皇軍)과 무사(武士)들의 마지막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 톰 크루즈가 맡은 주인공 네이든 알그렌은 천황이 만든 신식 부대의 조련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무사정신에 매료돼 사무라이들과 함께 천황군과 최후의 전투를 벌인다.

"17살 때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를 셀 수 없을 만큼 계속 반복해서 봤으며 그 뒤로도 구로사와 감독의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봤습니다. 저는 역사학도 출신이어서 메이지 시대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변혁기는 대단히 드라마틱하고 비주얼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중절모와 양복 차림의 남자와 기모노 입은 여자가 함께 걸어가는 것을 보십시오. 총포로 무장한 신식 군대와 칼을 휘두르는 구식 군대가 싸운다면 얼마나 볼 만하겠습니까."

그는 사이고 다카모리(1877년 마지막 사무라이 전쟁을 일으킨 정계의 풍운아)의 일대기를 그린 이반 모리스의 저서 '고귀한 실패(Nobility of Failure)'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뒤 <라스트 사무라이>를 구상했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관객의 흥미를 자아내기 위해 일본군을 조련하다가 검술에 빠져드는 가상의 주인공을 내세워 이야기를 엮었다.

"사회는 그때그때 변합니다. 무사도는 철학이지요. 일본이 미국의 도움으로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듯이 홍콩도 영국에 의해, 필리핀도 미국에 의해 격동의 시대를 겪었습니다. 저는 무사도처럼 세상은 변해도 시대를 꿰뚫는 정신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TV 시리즈를 통해 연출가의 입지를 굳힌 뒤 1986년 <어젯밤에 생긴 일>과 함께 영화계로 진출한 그는 <영광의 깃발>, <여자의 선택>, <가을의 전설>, <커리지 언더 파이어>, <비상계엄> 등의 작품을 남겼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12월 5일, 한국에서는 내년 1월 9일 개봉될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