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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색감의 매력,<분홍신>
김용언 2003-12-04

벗겨지지 않는 빨강 구두를 신고 영원히 춤춰야 하는 소녀의 모습은 유혹적인 쾌락과 죽음에 이르는 열정이라는 상반된 운명을 끌어안고 있다. 마이클 파웰은 안데르센의 그 유명한 동화 <빨강 구두>를 모티브로 하여 예술에 영혼을 저당잡힌 사람들의 비극으로 바꿔놓은 <분홍신>을 통해, 역시 원작만큼이나 강렬한 공포와 매혹이 뒤섞인 양가감정을 끌어낸다. 이것은 가혹한 발레단장 보리스와 연인 줄리안 사이에서 발목이 잘려나가고 심장이 찢기고 마는 발레리나 비키 페이지의 이야기다.

영화의 핵심은 15분에 달하는 발레 <분홍신> 장면이다. 영화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분홍신>은 고전적인 발레와는 달리 연극에 가까우리만치 극적으로 과장된 제스처, 화려하게 울긋불긋한 양식적 색채와 조명으로 이뤄진다. 초현실적인 인공미가 떠도는 그 ‘영화 속 영화’ 시퀀스에서 배우들(모이라 시어러를 포함한 실제 발레리나들)은 어떤 ‘현실적인’ 시퀀스에서보다 한층 절실한 호소를 피력할 수 있게 된다. 프레임 하나하나가 그들의 정서와 제스처들로 과잉되어 프레임 밖으로 흘러 넘쳐버릴 것처럼, 굉장히 낯선 매혹의 과잉이 폭발하는 듯 보는 이들을 압도해 들어온다.

DVD로 보는 <분홍신>의 과다한 색감은 요즘 관객에게 어색하겠지만, 테크니컬러의 화사한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영화적 특성을 잘 살린 편이다. 부록으로는 음성해설과 소설 <분홍신> 이야기, 예고편 등이 있다(DVD의 부록은 외국 제작사의 부가영상을 따온 것이지만, 영화 본편과 부가영상은 원작자인 영국 칼튼사와의 계약하에 진행된 것임을 확인해두었다).김용언

The Red Shoes, 1948년 | 감독 마이클 파웰, 에머릭 프레스버거 | 화면비율 1.33:1 | 오디오 DD2.0 | 출시사 스펙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