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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공룡들의 혈투
이영진 2003-12-08

단순한 신경전인가, 아니면 전면전의 예고인가. 최근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쪽이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낭만자객>에 대해 스크린을 내줄 수 없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애초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12월1일, CJ에 공문을 보내 배급 작품의 수급 및 출연배우들의 무대인사 등 마케팅 지원이 CGV 와 동등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낭만자객>의 상영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메가박스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CJ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CGV에는 프린트를 넉넉히 내주는 반면, 경쟁사인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에는 1벌 이상 주지 않는 방식으로 견제를 해왔다.또한 자사 배급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무대 인사를 CGV에만 허용함으로써 마케팅 지원이 편향적으로 이뤄져왔닥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지방 소도시의 메가라인에는 아예 프린트조차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CJ는 올해 <동갑내기 과외하기>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위대한 유산> 등 굵직한 흥행작들을 라인업으로 갖고 있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주장대로라면, 불만 또한 어느 해보다 컸을 것이다.

두 멀티플렉스의 협공에 CJ쪽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그렇게 하겠다고 의사를 전했는데도 스크린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CJ 내부에서는 메가박스와 같은 계열사인 쇼박스가 <낭만자객>의 배급권을 뺏긴 것에 대한 앙갚음이라는 견해 또한 있다. 3일 전에 공문을 보낸 것도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12월4일, 주말을 앞두고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가 <낭만자객>을 상영키로 결정하면서 다툼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해졌지만, 이번 갈등이 내년 극장가에 불어닥칠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업계 추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스크린 수는 1200개. 내년에는 1400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의 치열한 사이트 경쟁이 이같은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도 “이번 갈등은 전국에 극장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열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쌓인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라고 볼수도 있다”고 해석한다.

한편, 윤제균 감독은 이번 일의 애꿎은 희생양이 될 뻔 했다. 1년 전 그의 전작 <색즉시공> 또한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간의 신경전에 휘말린 적 있다. 공교롭게도 당시 배급사는 쇼박스. 스크린을 내주지 않으려 했던 곳은 CGV였다. 한 영화인은 이번 일을 두고 “이같은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전체 박스오피스의 50%를 차지하는 이들 멀티플렉스들이 관객을 무시하고 싸움을 벌여 전체 한국 영화산업에 부정적 여파를 끼친다면 곤란하다 ”고 충고했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