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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이스트만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발표 [4]

<흡연모녀>의 유은정 감독

일곱살 짜리 '여성'

유은정 감독의 <흡연모녀>는 지난해 이스트만 코닥 제작지원 마지막 심사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낙방한 영화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영화는 좀더 견고해졌고, 올해에는 드디어 결실을 거뒀다. “초등학교 과외를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들의 심리는 어떠한지를 잘 알고 있는 유은정 감독은 혼란스런 가정환경에 놓인 담배 피우는 일곱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개인적인 유년 시절의 기억 어딘가에서 이런 맥락이 흘러나왔다고도 말해준다. 중앙대 대학원 3학기째를 다니는 지금, “장편을 빨리 입봉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장편 시나리오에 대한 아이템은 있다”는 것이 미래를 향한 그녀의 다짐이다.

-<튜브> 연출부를 했다.

=중앙대 영화과를 졸업하고, 다른 공부를 좀더 하던 중에 현장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친구 소개로 백운학 감독님을 뵙고 스크립터로 일하게 됐다. 4년을 <튜브>와 연을 맺었으니 20대의 후반을 같이 한 셈이다.

-지난해에 한번 낙방했는데.

=코닥 공모 이틀 전에 초고를 써서 응모했다. 6섯명 안에는 들었는데 세명 뽑을 때 떨어졌었다. 준비가 많이 안 된 상태였다. 어쨌든 만들어보려고 했고, 가을 지나서 팀도 꾸려졌다. 금전적인 문제가 우선이었다. 디지털은 작품 성격과 안 맞을 것 같고, 16mm는 한계가 있을 것 같고 해서 35mm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럭저럭 아껴서 해도 3천만원 정도는 넘을 것 같은데 이번에 당선되어서 많은 도움을 얻을 것 같다.

-독특하게 프로모션용 디지털 작품을 만들었다.

=색보정 작업은 했는데 음악파일이 아직 안 와서 완성이 덜 됐다. 다음주 내로 끝내려고 한다. 그래야 그것 들고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이런 식으로 프로모션용 작품 만들어서 지원받는다는 말을 듣고 막연하게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몇 군데 접촉을 해봤는데 단편영화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어서…. 지인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떼쓰고 있는 중이다. 사실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본편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영상물을 만들어보자는 거였다. 단순하게 토막토막 붙여서 예고편처럼 만들어볼까 하다가, 이 영화의 특성상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마지막에 갖는 힘이 있는데 그걸 토막내면 이도저도 아닐 것 같았다. 엄마와 딸과의 관계를 이미지 중심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세트를 모두 종이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기업에서 스폰받았다는 말을 언뜻 들은 적은 있지만, 우리처럼 프로모션용 단편을 만든 건 처음인 것 같다.

-전작 <무한증>과 이번 <흡연모녀>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나.

=무한증은 땀이 안 나서 피부가 썩는 병이다. 그 당시 대학교 4학년 때 느꼈던 어떤 답답함, 분출되지 않는 감정을 갖고 만든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도 여자주인공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기본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톤을 지향한다. 하지만 무작정 동화처럼 아름다운 영화는 싫다. 그런데도 쓰다보면 어두운 얘기가 많이 나온다. <무한증>이 그랬다. 하지만, <흡연모녀>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다.

-모녀 대 아빠라는 구도를 선택했다.

=그렇게 보였다면 조금 아쉽다. 모녀 대 아빠라는 완전히 대립적인 구조를 갖고 싶진 않았다. 인생은 너무 깊고, 가족관계는 너무 끈끈하지 않은가? 마지막 장면이 영희와 아빠와의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빠와 모녀가 계속 대립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열어놓은 것이다. 기획의도에도 썼지만 장소를 옮긴다는 것은 내면의 변화를 말한다.

-앞으로도 여성의 성장에 대해 다룰 것인가.

=나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힘이 있고, 전달도 잘된다. 내가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들 역시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흡연모녀>는 이런 영화

일곱살의 어린 영희는 담배를 피운다. 엄마도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둘은 서로 그 사실을 모른다. 종종 영희는 한달에 한번쯤 집에 들어오는 아빠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아빠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고, 엄마는 상심 속에서 지낸다. 어느 날 영희의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엄마는 꾸지람도 없이 그 사실을 인정한다. 끝내 아빠는 영희와 엄마를 두고 떠나가고, 모녀는 같이 앉아 담배를 나눠 피운다. 그리고 이사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