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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유명한 옥수수밭!,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North by Northwest 1959년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출연 케리 그랜트

EBS 4월18일(일) 낮 2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영국에서 미국 할리우드로 이주해 영화를 만든 히치콕 감독에게 하나의 열매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이되 교과서적인 특징이 강하다. 영화는 이후 후배 연출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케리 그랜트가 비행기에게 쫓기는 옥수수밭 시퀀스가 될 것이다. “보통 한 남자가 총에 맞게 되는 상황은 도시의 어둠, 가로등 불빛, 검은 고양이의 그림자, 이런 식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 장편의 정반대 상황은 어떤 것일까? 어둠도 없고 위험스런 인물도 없는 그런 것. 햇살이 환하고 위협받은 인물이 숨을 곳이 없는 탁 트인 시골 들판이면 될 것이다.” 히치콕의 말처럼, 환한 낮에 허허벌판에서 벌어지는 주인공과 비행기의 추격전은 놀라우면서 또한 돌발적이다. 이 시퀀스의 사운드와 편집, 그리고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방식만으로도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스릴러 고전으로 대접받을 만하다.

광고업자 로저 손힐은 어느 날 정부 요원 조지 캐플란으로 오인받고 괴한에게 납치된다. 그는 어느 저택에서 술을 강제로 마신 뒤 버려져 음주운전으로 체포된다. 다음날 현장으로 가보지만 그곳의 내부는 전날 밤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손힐은 저택 주인이 유엔 외교관이란 이야기를 듣고 유엔 본부 로비에서 면회를 신청하나 엉뚱한 사람이 현장에서 등에 칼을 맞고 쓰러진다. 손힐은 누명까지 뒤집어쓰게 되고 경찰로부터 추격당한다. 그래서 그는 결백을 입증해줄 수 있는 인물인 캐플란을 찾으러 시카고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두 가지 주요한 사건이 중심을 이룬다. 하나는 로저 손힐이라는 인물이 전혀 엉뚱한 의심을 받으면서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가 어느 금발미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 이 금발미녀의 정체가 이후 밝혀지고 살인극의 전모가 차츰 실체를 드러내면서 영화는 복잡한 플롯구조를 노출한다. 어느 비평가는 이 영화가 “플롯들이 통일성을 갖춤으로써 얽혀 있다. 복잡하게 얽힌 듯한 플롯들이 실은 정확한 시간표를 지니고 있으며 공간적으로 명료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임을 지적했다. 이러한 통일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영화 속 미스터리에 동참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시점숏의 사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던 옥수수밭 시퀀스에서 감독은 무료하게만 보이는 풍경, 그리고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자동차, 멀리서 조금씩 접근해오는 비행기의 모습 등을 케리 그랜트가 연기하는 로저 손힐의 간헐적인 시점숏으로 처리해 극의 긴장감을 조율한다. <새>와 <사이코>, <다이얼 M을 돌려라> 등과 함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 중 한편으로 거론되며 미스터리스릴러의 변함없는 고전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