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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9주년 표지 촬영현장 - [3] <씨네21>과 나

우리 시대의 배우 11인이 <씨네21>을 말한다

안성기

아마 국민배우라는 말을 처음 쓴 게 <씨네21>이었지?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모르겠어. (웃음) 국민배우니까 좀더 잘살아야겠구나,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어디 가서 술 먹고 엉뚱한 짓 하고 그러지 못하잖아. 그게 멍에를 씌운 것 같진 않아. 믿음을 계속 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기는 거지.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일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고. <씨네21>에 인터뷰하러 오면 기억에 남는 게 윤전기 소리야(과거엔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가 신문윤전기가 돌아가는 옆에 있었으나 지금은 쾌적한 옥상으로 이전했음). 어찌나 시끄러운지 정말 대단히 큰 일 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더라고. (웃음) 예전에 <씨네21>에서 영화상 만들어서 상 줄 때 생각도 나네. 수상자를 부르는데 그분이 “신선하진 않지만 안성기”라고 그러시데. 수상소감으로 “푹 삭힌 된장맛도 괜찮다”고 했던 기억이 나. 아마 성질 급한 사람이면 화를 냈을지도 모르는데. (웃음) 그런데 <씨네21> 영화상은 왜 없앤 거지?

박중훈

국내 최초의 영화전문주간지로서 <씨네21>은 처음엔 진보적인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존 영화인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 듯했다. 영화에 대해서, 만드는 의도가 의미있단 이유로 지나친 편애가 깊었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고 생각된다. 정의를 위장해 꼬여 있는 시각이었던 것 같고, 경쟁지 없이 독주하던 때의 오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4년 정도 절독했었는데, 환경이 달라지면서 다시 시각에 균형이 잡힌 듯하다. 배우로서가 아니라 독자로서 난 <씨네21>에 애증이 깊고, 그래서 9주년의 감회가 누구보다 새롭다.

엄정화

오래전부터 영화를 너무 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찍은 영화 소식이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때 처음으로 <씨네21>과 표지사진 찍고 인터뷰했을 때 정말 기뻤다. 영화를 하고 있다는 내 자신이 실감이 났고, 바람이 이뤄졌다는 것 때문에. (기자가 약간 뚱한 표정을 짓자) 어∼ 이거 진짜인데. 오늘도 스케줄이 굉장히 많았지만 꼭 하고 싶어서 어떻게든 달려온 건데. 같은 배우들끼리 이렇게 사진 찍고 하는 거 너무 재밌는 거 같다.

조재현

나는 조·단역으로 영화를 시작한 사람이다. 표지를 처음 해본 것도 아마 <씨네21>이었던 것 같고. <악어>를 찍었을 때 다른 데는 평가조차 해주지 않았는데 남동철 기자가 리뷰를 써줬다. 오늘날 영화작가 김기덕을 알리는 데 <씨네21>이 구심점 역할을 해준 셈이다. 그건 나에게도, 김기덕 감독에게도 잊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의리로 정기구독 안 할 수도 없고…. 값은 내리지 마라. 자기 길 잃지 않으면서, 독립영화쪽에도 신경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이병헌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동안 자주 만나서인지, 특별한 추억 같은 건 없다. 영화하는 사람이 느끼는 정서가 다 그렇겠지만, 영화잡지와 영화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살갑게 느껴진다. 편안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그건 아마도 ‘영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거다. 나는 연기를 방송에서 시작했지만, 언제나 영화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계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씨네21>을 열심히 봤다. 특별한 바람은 없고, 평생 영화를 할 배우들에게 언제까지나 ‘좋은 친구’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최지우

내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드라마 <첫사랑>을 통해서지만, 영화는 그 전에 출연한 <박봉곤 가출사건>이 데뷔작이다. 내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것도 9년째이고, <씨네21>도 올해 9년째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 우린 ‘함께’ 커온 것이다. 데뷔작부터 함께한 잡지라 각별하게 느껴진다. 불만? 없지는 않다.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영화를 개봉도 하기 전에 너무 많이 드러낸다거나 비판한다거나 하는 건 좋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별점이 그런 의미에서 좀 가혹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별점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기도 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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