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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가장 인상적인 웨스턴, <실종>

<실종> The Missing

2003년

감독 론 하워드

상영시간 137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콜럼비아

로저 코먼이 가장 잘 키운 아이는 누굴까? 시간이 흐른 지금 보면, 스코시즈나 코폴라가 아니라 론 하워드 같다. 론 하워드는 일찍이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을 거쳐 로저 코먼 프로덕션에서 감독 데뷔하던 때부터 ‘살아남는 것’과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것을 터득했다. B급 영화감독에서 흥행작 메이커로, 다시 할리우드산 장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론 하워드는 이제 성공을 거둔 감독의 대명사가 됐다. <실종>은 론 하워드의 야심이 깃든 드라마이자 이상한 웨스턴이다. 악당한테 잡혀간 딸을 추적하는 여인은 오래전 자신을 버리고 인디언 사회로 떠났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한다. <실종>은 인디언에게 잡힌 조카딸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인 <수색자>나 사라진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와 며느리의 이야기인 (코스타 가브라스의) <실종>과 두루 연결된다. 어쩌면 주인공의 황량한 마음속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사회와의 연결도 느슨해 보이지만, <실종>은 그리 호락호락한 드라마가 아니다.

떠난 자는 살아남고 남은 자는 죽는 게 <수색자>였다면, <실종>은 그 시작부터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실종>은 부서진 가족을 복구하려는 노력이며, 가족이라는 가치에 대한 찬양이다. 마지막 대사 ‘집으로 가요’가 나올 즈음, 관객은 상실과 안도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실종>이 다루고 있는 주제나 소재는 가족과 방랑, 야만과 자본의 결탁, 영웅과 악당, 이상과 현실 같은 철지난 것들이지만, 그 의미를 무시하긴 힘들다. 더불어 주목할 건 주인공의 캐릭터다. 보기 드물게 과묵하고 신중한 그의 캐릭터는 사실 <최후의 총잡이>에서 론 하워드에게 서부를 가르쳤던 존 웨인에게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또한 그는 <올 더 프리티 호스>의 주인공과도 유사한데, 두 영화가 21세기에 등장한 가장 인상적인 웨스턴이 된 데는 두 인물의 공이 크다 하겠다.

아쉽게도 한국판 <실종> DVD엔 미국 출시본과 달리 몇몇 부록이 실종됐으나, 현재의 부록도 심심하지만은 않다. 론 하워드의 십대 시절 재능을 엿볼 수 있는 <개구쟁이 웨스턴> 3편과 ‘또 다른 결말’이 볼 만하며, 그외에 삭제장면과 아웃테이크 모음, 제작과정 모음 등이 제공된다.

이용철

이주의 선택은 분명하다. <파웰 & 프레스버거 컬렉션>에 포함된 네편의 영화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 <천국으로 가는 계단> <검은 수선화> <분홍신>은 20세기 영화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다. 이런 걸 두고 이야기와 판타지와 연기의 완벽한 결합이라 부른다. 하나를 더 선택한다면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다. 감동이 여전하다.

<나폴레옹> <게임의 규칙> <쇼아> <녹색광선> 등의 쟁쟁한 작품들이 곧 국내출시된다. 그것도 모두 한 업체에서 말이다. 의심스런 마음에 영등위에 연락을 해보았다. 소스판권 없이 출시되는 영상물들에 대한 문제점은 그곳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어 5월30일부터 소스판권의 여부도 확인하게끔 심의규정이 개정되었단다. 그런데 상기 작품들은 5월30일 이전에 심의를 받았다. 즉, 법적으로 이들 작품들의 출시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 업체는 <나폴레옹> DVD 출시를 위하여 어떤 소스를 사용하였을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조트로페 스튜디오로부터 소스판권을 직간접 경로로 구입하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것을 증명해 보인다면 나는 공식사과를 하겠다.

한때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 얘기를 들었던 애니메이션 DVD. 지금은 지브리 작품들 외에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난히 국내에선 마니아 대상의 장르들은 불법 동영상이 기승을 부린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만 하겠다. 그래서 이번주는 2편의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초원의 <유성호접검>과 B급 코너에 소개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 두편이다. <플라이>는 감독이 싫어하는 작품이지만, 나는 그의 영화들 가운데 가장 부담이 덜하면서 재미있게 본 영화다. 다시 봐도 그 분장은 대단하다. <유성호접검>은 원작소설의 팬이기도 한데, 영화판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적절한 각색과 원작의 장점을 조화롭게 구성한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