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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그들의 어린 여자 오디세이 <클레르의 무릎> <오고, 가며> <라자>

<클레르의 무릎> Le Genou de Claire

1970년

감독 에릭 로메르

상영시간 101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폭스 로버(미국)

<오고, 가며> Vai~E~Vem

2003년

감독 조앙 세자르 몬테이로

상영시간 168분

화면포맷 1.66: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포르투갈어

자막 영어

출시사 제미나이 비디오(프랑스)

<라자> Raja

2003년

감독 자크 드와이옹

상영시간 110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PCM 2.0, DD 5.1 프랑스어

자막 프랑스어

출시사 워너(프랑스)

이웃집 아저씨들은 나이 어린 여자를 사랑한다. 이웃 소녀의 무릎을 만지고 싶은 남자(<클레르의 무릎>)나 정원 손질하는 소녀에게 걸린 남자(<라자>)는 나은 편이다. 어떤 노인은 젊은 여자 가정부, 경찰, 간호사, 심지어 요정에게까지 스스럼없이 오입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오고, 가며>). 고작 패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는 그들의 생각과 달리 그들은 시작부터 진 게임에 힘을 쏟고 있다는 걸 모른다. 신선한 육체에 빠진 남자들은 여름을 잘못 찾아온 가을 나그네와 같다. 그들은 지식이나 재력을 써서 여자에게 접근하려다가, 그게 안 되면 외모나 나이에는 관심이 없다고, 그리고 정신적인 사랑을 하겠노라고 딴청을 피워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자들은 요지부동이다.

세 영화는 <푸른 천사>나 <로리타>처럼 파국에 이르는 중년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세 남자의 이야기는, <데카메론>에서 젊은 여인을 앞에 두고 ‘아아! 눈앞에 이런 즐거운 상이 차려져 있는데 어째서 먹으려 하지 않는가?’라고 중얼거리는 수도원장의 에피소드처럼 보인다. 여기엔 현실적인 즐거움이 있다. 당황하고, 질투하고, 허둥대는 세 남자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질 동안 그들에 대한 조롱 또한 멈추지 않는다. 사랑은 애초부터 바보 같은 게임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런 사랑 놀음의 전형적인 인물인 <클레르의 무릎>의 제롬이 구식처럼 느껴지는 사람에겐 <라자>의 프레드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우유부단한 그는 구제불능에 가까워서, 거의 존재론적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오고, 가며>의 장난꾸러기 조아오 영감은 능청스러운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과 선문답을 이어가다가도 언제나 성에 관한 것으로 대화를 이어가는데, 자전거 타는 소녀를 쫓아가는 그의 모습에선 유희의 경지가 느껴진다. 사실 감독이 병마와 싸우며 완성한 <오고, 가며>는 신과 마주한 듯한 눈동자를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 마지막 순간에 잡힌 나무조차 여자의 가랑이와 성기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짐작되는 바다. 그러게 남자는 더이상 풋내기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항상 이기는 건 그녀들이다. 결국 남자는 끊임없이 마음의 목소리를 따르는 수밖에 없단 말인가? 아니면 농담과 위트로 가득한, 은밀한 숲으로의 여행에 대한 지혜로운 지침서라도 구해보던지. 어쨌든 남자에겐 자유란 없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