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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어스와 니콜슨의 구수한 토크쇼,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조성효 2004-07-09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2003년

감독 낸시 마이어스

상영시간 128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워너

극작가 에리카와 노련한 바람둥이 해리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해리가 힙합 음반사 사장이라면 에리카는 샹송을 즐겨 듣고, 에리카가 침대에서 홀로 자는 것에 여전히 익숙지 않을 때 해리는 섹스 뒤라도 여자는 돌려보내고 잠은 혼자 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랬던 두 사람이 서로의 안경을 바꿔 쓰고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점차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코멘터리에서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 영화가 자전적 이야기임을 밝힌다. <신부의 아버지>나 <사랑의 특종> 같은 영화에서 샤이어-마이어스 부부팀은 각본을 공동집필하고 남편이 연출하는 식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혼 뒤 갑자기 넓어진 침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남편과의 식사 도중 사귀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봐야 했던 감독의 경험이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되었던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작가 에리카는 감독 자신이었다.

DVD에는 두개의 코멘터리가 담겼는데 스케줄 관계상 잭 니콜슨과 다이앤 키튼이 함께하지 못하고 감독을 서로 공유하며 별개의 코멘터리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시작 뒤 40분이 흐른 뒤 참여하여 90분에 떠나버리는 다이앤 키튼의 코멘터리는 의외로 무덤덤하지만 잭 니콜슨과 감독간의 코멘터리는 올해 발매된 타이틀 중 최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기술적 부분과 잡담에 치우친 DVD들에 비하면 <사랑할 때…>의 코멘터리는 구수한 토크쇼에 가깝다. 영화에선 감독과 배우 관계였지만 코멘터리에선 잭 니콜슨이 주도권을 쥐고서 걸쭉한 입담으로 감독을 압도해버린다. 매력적인 키아누 리브스에겐 질투를, 여성감독에겐 농을 거는 것 외에도 니콜슨은 영화와 연기철학을 이야기하므로 집중해 들을 필요가 있다(잭 니콜슨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밝혀진다). 2시간45분의 최초 편집본에서 45분이 잘려나간 영화는 삭제신 부록으로는 아쉽게도 해리가 에리카에게 가라오케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는 바로 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만을 수록했다. 그외 짧막한 메이킹 다큐와 아만다 피트가 촬영현장을 설명하는 영상이 부록으로 수록되었다. 화질과 사운드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받쳐준다.

조성효

여름이다. 그래서 이번주엔 즐거운 영화 <스쿨 오브 락> DVD를 선택했다. 체질상 뜨거운 여름은 싫기 때문이다. <스쿨 오브 락>은 나이에 상관없이 보는 사람을 어린이로 만들고, 시들어버린 꿈에 물을 마구 뿌려준다. <빅 피쉬> DVD는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해서 뺐다. 지금 대니얼 월러스의 <큰 물고기>를 읽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빅 피쉬>의 선택은 다음주로 미루어둔다. <스트레이트 스토리> DVD는 각각 출시가 한달, 한주씩 밀려서 이번주에 선보이며, <토탈 이클립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예쁜 몸을 보던 시절을 기억하는 수준에서 마감해야겠다. 랭보의 삶만큼 생명력이 짧았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러브 액츄얼리>를 볼 때만 해도 당분간 이만한 로맨틱코미디가 나오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도 되지 않아 낸시 마이어스는 리처드 커티스를 능가하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주의 선택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외엔 달리 생각할 타이틀이 없다. <지구를 지켜라!>도 좋았지만 백윤식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았다. <파랑새는 있다>에서의 사기꾼 백관장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스트레이트 스토리>와 반값으로 할인되어 재출시되는 <스파이크 리 삼부작 박스 세트> 또한 구매 희망목록에 올려놓아보겠다.

난 여름을 아주 싫어한다. 더위에 맥을 못 추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보내고자 매년 여름이면 버릇처럼 되풀이해서 보는 영화들이 있다. 보기만 해도 더위가 달아날 것 같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것들이다. <죠스> <포세이돈 어드벤처> <어비스>는 여름에 보면 재미가 곱절이 된다. 이 때는 영화의 다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푸른 바다가 장시간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즐거워진다. 이번 B급 세계에서 소개한 <디프> 역시 진짜 같은 바다를 오래도록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번주 나의 선택은 재발매된 <영웅 UE>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 뺨치는 엄청난 사운드의 위력. 그것이 선택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