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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은 중국변화상 담은 무협영화
2004-08-11

<연인> 홍보차 내한한 장이모우 감독 인터뷰

"<영웅>이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을 주제로 했다면 <연인>은 사랑을 위해 대의(大義)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장이모우(張藝謨.54) 감독이 영화 <연인>의 홍보차 한국을 방문했다. <연인>은 9세기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두 명의 장군 레오(류더화)와 진(가네시로 다케시), 이들이 사랑하는 여자 메이(장쯔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감독은 부산영화제 초청과 <영웅>의 홍보 등으로 그동안 세차례 한국을 찾은 바 있다.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장 감독은 "어젯밤 늦게 도착해서 아직은 별다른 느낌은 없지만 한국은 언제 방문해도 반가운 나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은 "전작 <영웅>이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반해 <연인>은 이와 반대로 사랑을 위해 대의를 포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최근 한국영화 중 <올드보이>를 인상깊게 봤다"라고 말하고 "한국 영화의 장점은 자국의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 있다"며 한국의 영화팬들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중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상당히 좋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흥행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오프닝 3일간은 중국 영화 사상 최고였지만 이후 해적판이 퍼지면서 지금은 초반만 못하다. 현재까지 1억5천만 위안(약 225억원)을 벌어들였고 이는 <영웅> 이후 두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흥행이 잘된 것은 우선 배우들이 인기가 좋은 스타들인데다 홍보도 잘 됐기 때문이다. <영웅>의 성공에 도움을 받은 점도 있었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협 장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류더화, 가네시로 다케시(금성무), 장쯔이 등 영화의 캐스팅이 화려하다. 각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를 말해달라.

세 배우 모두 노력파 연기자들이다. 연기나 액션이나 모두 만족스럽다. 가네시로 다케시나 류더화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연기를 해줬고 특히 장쯔이는 맹인이면서 무희인 메이역을 위해 실제로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을 하고 별도로 무용 강습을 받는 등 노력을 많이 했다.

장쯔이와는 <집으로 가는 길>, <영웅> 이후 세번째 같이 작업했다. 배우로써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성장이 매우 빠른 배우다. 감정이입이나 연기의 폭발력이 대단하다. 무협과 연기력, 액션 능력을 고루 갖추었다.

<연인>은 여러모로 <영웅>과 비슷한 느낌이다. 스타일 혹은 주제 면에서 <연인>을 <영웅>과 비교하면?

<영웅>의 촬영 중 이미 <연인>의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영웅>이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연인>의 인물들은 반대로 대의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다.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스타일은 각각의 주제에 맞게 다르다. <영웅>은 배경 중심의 큰 화면이 주였다면 <연인>의 카메라는 세명의 주인공들과 이들 사이의 관계에 맞춰져 있다.

두 영화의 상반된 주제 중 어느쪽을 더 선호하나.

'집단'이 앞섰던 문화혁명 시대에 성장했고 최근에는 개인이 우선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 경험해 본 셈이다. <영웅>이 구세대의 생각을 반영한다면 <연인>은 최근 젊은이들의 생각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연인>의 주제에 더 가깝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크다. 아카데미영화제서의 수상 전망을 말해달라.

<영웅>으로 아카데미 영화제에 참가해서 느낀게 '정말 미국인들의 잔치'라는 것이다. 당연히 아카데미가 영화 예술의 최고 가치를 평가해주는 곳은 아니다. 아카데미 수상이 미국에서의 상업적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고 상이라는게 받으면 기쁜 것이지만 굳이 꼭 받아야겠다거나 또 이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영웅> 이후 저예산 영화에서 거대예산 영화로 돌아선 느낌이다. <연인>의 경우에는 홍보비가 2천만위안(약 30억원)이라는 얘기가 있더라. 뒤늦은 얘기지만 <영웅>에서부터 제작비가 큰 규모의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대규모 영화를 만들면 우선 최고의 배우나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어서 좋다. 내 경우는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쌓아온 신뢰도 있었고 (비슷한 장르인)<와호장룡>의 상업적 성공이 투자를 용이하게 한 덕도 입었다. 이안 감독처럼 다시 소규모 영화를 만들 계획도 있다. 올해 가을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다음 영화만 해도 적은 제작비를 들인 러브스토리다.

칸영화제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호평한 적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어떤 영화가 마음에 들었나.

<쉬리>부터 시작해서 , <오아시스>, <집으로…>, <비트>, <엽기적인 그녀>, <색즉시공> 등 다양한 한국 영화를 본 적 있다. 최근에는 <올드보이>를 보기도 했다. 후배 감독들에게 한국 영화에서 배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 영화의 장점은 예술영화가 아니라 작품성과 흥행성을 함께 갖춘 작품들이 폭넓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자국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영화 팬들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영화 '연인'은 어떤 작품

9월10일 개봉하는 영화 <연인>(원제 十面埋伏)은 7월 중순 중국에서 개봉해 첫 주말에만 663만 달러(약 77억원)를 벌어들이며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운 '중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영화는 지난해 초 국내 개봉해 200만명을 동원한 <영웅>과 연장선에 있어 보인다. 무협물이면서 시대극이고 스타들이 출연하는 거대예산의 상업영화인 데다 컴퓨터 그래픽(CG)을 이용한 화려하고 과장된 액션은 <영웅>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반면 <영웅>이 '천하' 혹은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는 메시지가 강했던 반면 반군과 관군, 집단과 개인 사이의 갈등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 속에 묻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장이모우 영화들이 그랬듯이 <연인>은 색감 대비를 통해 표현되는 미장센에서 감독의 탁월한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의 제작 환경이 달라지고 감독의 작품 색이 변한다고 해도 감독의 팬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만족하고도 남을 듯하다.

영화 배경은 9세기 한창 쇠퇴기를 걷고 있는 당나라. 불안이 전국을 뒤덮는 가운데 반군 세력과 정부군 사이의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반군 중 가장 힘이 센 곳은 '비도문'(House of Flying Daggers). 두 명의 장군 레오(류더화)와 진(가네시로 다케시)은 비도문의 우두머리를 잡아 오라는 명령을 받고 계획을 짜던 중 맹인 무희 메이(장쯔이)가 조직과 연관이 있다는 의심을 한다. 진은 풍(風)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감옥에 갇힌 메이를 구해주고 그녀는 그를 비도문의 비밀기지로 데려다 준다. 진과 레오의 계획이 맞아떨어진 것. 문제는 본부로 가는 긴 여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게 된 것이다. 이들은 머리엔 음모를 간직하고 가슴에는 비밀을 품은 채 점점 서로 끌리게 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