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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영화제 초청작 <빛나는 거짓> 감독 채기

“예술적 타협보다 내 안의 보편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채기 감독은 각양각색으로 펼쳐진 독립영화 진영에서조차 독특한 자기만의 정서로 인정받는 감독이다. <애절한 운동>과 <빛 속의 휴식>에서 보여준 의식은 장편 <빛나는 거짓>으로 이어져 있다. <빛나는 거짓>이 밴쿠버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을 계기로 그를 인터뷰했다. (개인사정으로, 사진은 얼굴 대신 손으로 대체한다. 포커스 아웃시켜 찍은 그의 손은 흐릿하지만, 분명 감독 채기의 정체성을 대신한다. 무엇보다도 채기의 영화는 바로 얼굴 대신 손으로 사물의 정체를 포착하는 그런 영화이다)

언제, 어떤 계기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나.

대학 다닐 때부터 영화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1994년 독립영화 워크숍에 참여했고, 그뒤에 동기들, 그리고 그 아래 기수들이 모여서 ‘젊은 영화’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송희일, 고은기, 박경목, 김성숙 감독 등이 함께했다.

추구하는 영화적 지향점이 무엇인가.

그런 것이 내 머리 속에 구체적으로 언어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건이나 경험이나 영화적 소재로 쓸 만한 극적인 것들이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영화적 테크닉으로 인쇄된다. 대신 나는 이미지나 사건이 갖고 있는 시적인 느낌들, 내가 잡아둔 인상 자체를 정확하게는 아니더라도 포착하고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반복적으로 그런 걸 많이 생각한다. 내적인 연결고리. 그러다보면 예술적인 길로서 고양되거나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 취향에서 나온 결과라기보다는 반복적인 과정상의 문제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을 다시 내가 적극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럼 이번 영화 <빛나는 거짓>에서 담고자 했던 정서나 느낌은 무엇인가.

이런 것 역시 사후에 생기는 건데, 쓸쓸함이나 슬픔이나 감정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 그런 건조한 것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나.

왜 관객과 소통하려는 태도가 없느냐는 욕을 많이 먹는다. 하지만 나는 소통하지 않기 위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남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폭압적인 취향으로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꼭 이해됐으면 한다. 메모나 편지 같은 소통이 있기도 하지만 나는 영화의 소통이 꼭 그런 것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건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내 안에서 보편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말하는 걸 하는 건 예술적 타협이다. 타협이라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럴 경우 일면 포기하는 것이 너무 많아진다.

<빛나는 거짓>은 밴쿠버영화제 초청작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전작 <빛 속의 휴식>이 이러저러한 곳에서 상영되었고, 토니 레인즈가 그걸 봤다. 그 영화에 호감을 갖고 있던 중에 내가 장편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인디스토리쪽에 문의를 해왔다. 그래서 밴쿠버에서 틀게 됐다. 지금 계획으로는 내년쯤에 키네스코핑 작업을 해서 극장 개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