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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효과의 힘, <판타스틱4>
김현정 2005-08-09

천하장사, 고무인간, 불꽃놀이, 투명인간. 뭉치면 천하무적 무서울 게 없는 슈퍼히어로들이 나타났다.

천재과학자 리드(이안 그루퍼드)는 유전자의 비밀에 다가갔지만 연구를 계속할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파산 위기에 몰린 리드와 그의 단짝 벤은 사업가로 성공한 대학동창 빅터를 찾아가고, 그의 후원으로 DNA 연구를 위해 우주여행을 떠난다. 동행한 사람은 리드의 옛 애인이자 빅터의 약혼녀인 과학자 수(제시카 알바), 수의 남동생인 파일럿 자니, 그리고 빅터. 방사능 폭풍에 휘말려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이들은 서로 다른 초능력을 얻어 ‘판타스틱4’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남은 한 사람 빅터는 당연하게도, 악당이다.

<판타스틱4>는 마블 코믹스가 1950년대부터 발행한 만화책 시리즈가 원작인 영화다. 원작자 스탠 리는 “슈퍼히어로라고 팀을 이루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라는 제안을 받고 <판타스틱4>를 구상했고, 주인공들에게 몸을 자유자재로 늘일 수 있는 탄성이나 불꽃을 뿜는 능력, 바위처럼 단단한 피부 등과 같은 초능력을 고루 배분해주었다. 이렇게 태어난 ‘판타스틱4’는 글자 그대로 환상적인 팀이 되었다. 리드와 그 동료들은 배트맨이나 스파이더 맨처럼 혼자 활동하는 영웅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세상을 구원한다. 괴력을 가진 벤이 추락하려는 자동차를 붙잡고 있는 동안, 리드는 다리와 강물 중간 즈음까지 손을 뻗어 사람들을 끌어올리고, 수는 방어막으로 불길을 막아주는 식이다. 짧게 끊어치는 농구 플레이를 보는 재미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판타스틱4’는 동정이나 걱정, 공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집단이다. 숫자 4가 박힌 시대착오적인 스판덱스 유니폼을 맞춰 입은 네 사람은 자신들의 삶 전체가 걸린 위기도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추하게 변한 외모 때문에 아내까지 잃고 만 벤은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젊고 아름다운 애인과 시시덕거리고, 우유부단했다던 리드는 패싸움 몇번에 엄청난 자신감을 얻어 로맨틱하고 과감한 연인이 된다. 유전자 변형보다도 놀라운 변신이다.

이렇게 평범한데다가 스타도 없는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는 쇼에 가까운 특수효과의 힘이 컸을 것이다. 스탠 리는 <판타스틱4>가 이제야 영화로 만들어지는 게 오히려 다행이라면서 “우리는 적절한 기술과 스토리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고 말했다. 적절한 기술은 나타났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스토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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