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날다>는 키아로스타미 영화를 연상케 하는 가난하고 간결하며 착한 영화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만난 민병훈과 잠셋 우스마노프 두 감독이 공동연출한 이 영화는 토리노 국제영화제 대상, 비평가상, 관객상,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은상 등 해외 평단의 지지를 얻어 개봉기회를 잡은 드문 예다.
<벌이 날다>는 아주 고집스런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법을 빙자해 가난한 자의 권리를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남자는 아주 독특한 보복을 준비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다. 전 재산을 털어 검사네 옆집을 사고 화장실로 쓸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자 검사는 남자의 아들을 경찰서에 잡아다놓고 협박을 한다. 아들을 구하려면 당장 화장실 파는 걸 중단하라는 검사의 요구에 그는 맘대로 해보라며 경찰서 문을 박차고 나온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 같은 분위기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돈과 권력에 대한 사내의 우직한 저항이 전적으로 개인의 성격에 기인하며 해결책도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사회의 단면을 그린다는 야심이나 계급적 각성에 대한 강박관념 같은 것 없이 그저 사람의 순박한 내면을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한다. 결국 <벌이 날다>가 이끌리는 결론은 주인공의 고집스러움을 보상하는 작은 기적. 그 기적은 <올리브 나무 사이로>의 마지막 장면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타지키스탄 출신 잠셋 우스마노프의 고향마을에서 타지키스탄 배우들을 데리고 흑백필름으로 찍은 <벌이 날다>는 가난한 영화가 갖춰야할 미덕을 보여준다. 군데군데 비가 내리는 화면, 같은 리듬을 반복하는 음악, 거칠게 들리는 잡음 등 미흡한 기술적 측면을 보상하기 충분한, 진심어린 맑은 시선이 불모지 같은 타지키스탄의 풍광을 아름답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