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이봉우씨가 대표를 맡은 일본 영화사 시네콰논의 첫 한국 직영극장 ‘씨큐엔(CQN) 명동’ 개장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 중인 서울 명동 밀리오레 부근 건물.
11월4일 서울에 일본 영화사가 직영하는 극장이 문을 연다. 특히 이 극장의 1개 스크린은 일본영화 전문관으로 운영될 예정이라, 한국 관객도 ‘시차없이’ 일본의 최신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 극장업계에 진출하는 첫 일본 영화사는 재일동포 이봉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시네콰논. 명동 밀리오레 근처에 있는 캣츠21을 인수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CQN 명동’은 각각 90~140석 규모의 스크린 5개를 갖춘 멀티플렉스다. 또 시네콰논은 별도의 한국 법인을 설립해 극장 운영뿐 아니라 한국영화 제작과 투자에 직접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시네콰논 코리아의 이애숙 이사는 “시네콰논이 일본에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역할은 웬만큼 한 것 같다”며 “한국영화 제작과 함께 일본영화를 ‘알맞은 방식’으로 한국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 가운데는 멀티플렉스의 상업논리에 밀려 수입되고도 몇년씩 필름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작품들이 허다한 게 사실이다.
이씨는 “수십개관씩 개봉해 1주일 만에 내리는 방식이 과연 일본영화에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뜻이 맞는 몇개 영화관들과 함께 또는 CQN 단독으로라도 몇주 이상 장기상영을 할 계획”이라 말했다. 그는 일본 영화사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안정적으로 일본영화를 소개하는 창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감독전 등 일본의 옛 영화들에 대한 기획전을 1년에 4차례 정도 마련하면서 그 사이에는 일본의 최신 영화들을 상영할 예정이다.
시네콰논은 이미 94년 <서편제>를 시작으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를 히트시키는 등 일찍부터 일본에 한국영화를 꾸준히 소개해온 영화사. 최근 2년간만 해도 <오아시스>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복수는 나의 것> <말아톤> <남극일기>를 연달아 개봉해 이른바 ‘한류스타’ 중심의 상업영화와는 다른, 독특한 한국영화를 소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아무도 모른다> <박치기> 등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성공을 거둔 영화들을 직접 제작하고, 지난해 시부야의 직영극장 2곳 외에 CQN 유락초를 개장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어왔다. CQN 명동은 일본영화 관련 상품 판매점을 비롯해 한국 극장에는 없는 새로운 시도들도 검토 중이다. 이봉우 대표는 “일방적으로 한쪽의 것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양국 영화교류를 가능케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