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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힘과 정신을 잊지 마세요, <인력자원부>
ibuti 2005-10-28

파리에서 학교를 다니던 프랑이 지방 도시의 공장 인사부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게 되자, 그곳 현장 근로자로 일하는 아버지는 장차 관리자가 될 아들을 보고 뿌듯해한다. ‘주35시간 근무제’의 도입에 관한 일을 맡은 프랑은 협상과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안건인 종업원 해고안을 우연히 보고 분연히 일어선다. <인력자원부>는 근래 보기 드물게 노동현장에서 우직한 목소리를 내는 영화다. 현실 때문에 눈을 감고 사는 아버지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정의를 선택한 아들의 갈등이 영화의 축을 이루는 가운데, 노동자 내부와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가로놓인 갈등이 사실적으로 다뤄진다.

로랑 캉테는 ‘일하는 인간’보다 ‘노는 인간’을 추구하게 되면서 더이상 노동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21세기를 염려하는 작가다. 캉테는 노동하지 않는 것을 유토피아로 인식하는 현실과 대안없는 노동자의 모습을 차갑게 바라본다. 그리고 육체의 힘과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이야기한다. 그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인력자원부>에 이어 만든 <타임 아웃>은 실업에 처한 남자의 삶을 통해 노동하지 못하는 자가 자각하는 존재의식을 명상의 경지까지 이끈 작품이었다. 근작 <남쪽을 향하여>을 아직 보진 못했지만, 나는 그가 노동자의 동지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소규모 영화제에서 몇번 보여진 <인력자원부>가 DVD로 출시됐다. PAL 마스터를 사용한 영상은 평균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부록으론 예고편과 포토갤러리가 전부지만, 본편 영화의 힘만으로도 꽉 찬 느낌을 주는 DV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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