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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로스 포먼의 미국사회 비틀어 보기, <래리 플린트>
ibuti 2005-11-04

밀로스 포먼은 사회풍자에 일가를 이룬 작가다. 정치적 자유를 찾아 미국에 도착한 포먼에게 그것은 필연적인 선택이었으며,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들은 포먼 영화의 자양분이 됐다. 체코 시절, 때론 다큐멘터리처럼, 때론 애틋한 사랑이야기처럼, 때론 떠들썩한 코미디처럼 유연하고 신랄하게 사회를 비판했던 그는 두 번째 조국으로 선택한 미국에서도 명징한 시선을 잃지 않았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 수상하며 화려한 1970∼80년대를 보낸 그가 오랜 휴식을 지나 1990년대에 발표한 <래리 플린트>와 <맨 온 더 문>은 미국사회에 대한 그의 시선이 얼마나 성숙한 위치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래리 플린트>는 욕망에 충실한 불량시민인 래리 플린트에 대한 재평가라기보다 그가 쟁취한 권리와 그의 행적을 따라 미국사회를 들여다본 영화다. 플린트는 이중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가난한 산촌에서 태어나 거대한 미디어왕국을 이끄는 갑부가 됐고 공화당(을 엿먹이고자) 대통령 후보경선에 출마했으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대법원행도 마다하지 않은 그가 기이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면, 반대로 총에 맞아 불구가 된 뒤에 제대로 된 수사의 혜택을 받지 못한 데서 알 수 있듯 도덕론자들에게 지탄받는 도색잡지의 출판인인 그는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플린트는 1987년 미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나 같은 쓰레기가 보호받는다면 당신 모두가 보호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는가’란 주제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는 <래리 플린트>는 미국사회의 토대가 유지되는 행태를 드러낸다.

<래리 플린트>는 보수주의가 휘몰아친 1980년대의 한가운데에서 한 속물 자유주의자의 저항이 어떻게 미국이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었으며, 불관용에 맞서 쟁취한 표현의 자유가 그들의 순수한 이상을 기억하게 했는지 그 행로를 따라갔다. 또한 미국 개봉 즈음에 벌어진 (보수주의자가 아닌) 자유주의자와 페미니스트의 비판의 물결은 영화의 주제를 역으로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게리 라이트의 <Dream Weaver>가 흐르며 <래리 플린트>는 끝을 맺는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탄압 앞에서 사상의 자유가 꿈꾸는 자의 자유처럼 완벽하게 보장되는 그날을 희망해본다. DVD는 개봉 당시에 삭제된 장면을 살려놓아 영화의 주제에 부합하고 있으며, 뛰어난 영상과 소리와 함께 두개의 음성해설, 메이킹필름(표현의 자유인가, 포르노인가, 래리 플린트 다큐멘터리(사진)), 2개의 삭제장면 등의 부록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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