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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10] - 박철관 감독의 <달마야 놀자>
문석 2001-08-03

조폭이 절에 가서 빗자루질 하는 까닭은?

한 사찰을 배경으로 조직폭력배들과 스님들의 불꽃튀는 대결을 그리는 <달마야 놀자>는 장르로 보면 캐릭터 코미디에 속한다. 등장하는 각 인물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다양한 캐릭터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어 웃음을 전달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게다가 캐릭터들을 조직폭력배와 스님이라는 대조적 성격의 두 ‘패거리’로 나눠 대립과 갈등,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를 좀더 효과적으로 담고자 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코미디 장르의 계율을 따르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시나리오를 보고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코미디인데 너무 드라마가 강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지만, 내 생각에 관객은 기존 코미디영화에 식상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박철관 감독의 주관대로 이 영화는 드라마의 틀 속에서 코미디를 슬쩍슬쩍 녹여내는 스타일이 될 듯하다.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휴먼 코미디’를 지향하는 작품이라니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건달 패거리와 불무도로 단련된 스님’이 등장하는 탓에 필수적인 요소인 액션에 대한 관점도 비슷하다. 박 감독은 “화려한 액션도 좋지만 인물의 감정 표출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므로 기존 액션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캐릭터영화에서 가장 큰 딜레마는 캐릭터가 생동감을 가지면서도 이야기가 집중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 즉 각 등장인물의 개성을 드러내자면 자칫 드라마가 산만해질 수 있고, 주역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나머지 캐릭터가 배경으로 묻히게 된다는 이야기. 특히 조연급으로 박상면, 강성진, 김수로, 홍경인, 이원종, 이문식 등 만만치 않은 연기자를 기용한 제작진으로선 후자는 더더욱 두려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감독은 ‘팀워크’와 ‘경쟁’이라는 두장의 카드를 뽑았다. 연기자를 ‘스님팀’과 ‘건달팀’으로 나눠 각각 정진영과 박신양으로 하여금 이끌게 했다. 리허설도 팀별로 진행시키고, 각 팀의 장면을 촬영한 뒤 다른 팀에게 보여줘 경쟁심을 유발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게 감독의 이야기. “애초엔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해 신인으로서 부담이 많았는데 촬영을 시작한 지 1주일 쯤 지나니 충실한 리허설을 통해 팀워크가 다져져 각 캐릭터가 묻어나오는 느낌”이라고 그는 말한다.

UC 샌프란시스코를 나와 <> <간첩 리철진>에서 연출부, <아나키스트>에서 조감독 수업을 쌓았던 박철관 감독은 올해 1월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내용을 정교하게 수정하기 위해 5개월가량 지리산 등 첩첩산중 절간을 누볐다. 그는 이곳에서 길게는 한달씩 기거하며 스님들의 말투나 행동거지 등을 익혔다. 영화의 80% 정도가 촬영되는 공간인 경남 김해의 은하사도 이러한 여정 속에서 찾게 됐다. 박 감독이 전달한 시나리오를 읽은 주지스님이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불교정신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영화라고 판단, 촬영을 허락하게 된 것. 박 감독의 ‘현장수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는 사람에게서 소개받은 한 폭력조직의 행동대장으로부터 ‘조직의 세계’에 관해 자세하게 들었다. 심지어 이 행동대장을 따라 배우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명문조직 순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오는 9월까지 진행될 촬영은 부산, 경남권에서 모두 이뤄질 예정이며 11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연출의 변

“ 이 영화에서 건달, 스님이라는 집단은 그저 소재일 뿐 중요한 의미는 갖고 있지 않다. 서로가 다른 규율 속에서 살아가지만 결국 서로 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의 어느 집단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일 게다. 따라서 이 영화를 불교영화나 조폭영화로 보지 말았으면 한다. 대신 따뜻한 휴먼코미디로 알아주길 바란다. ”

이런 영화

라이벌 조직을 공격하러 나섰다가 오히려 큰 타격을 입고 피신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건달 재규네 일당. 결국 이들은 산 속 깊숙이 자리한 절을 피신처로 삼기로 한다. 재규네는 큰소리치며 절로 들어가고 노스님은 일주일 동안 머물러도 좋다고 허락한다. 서울의 조직 상부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자 재규네는 절에서 더 묵으려 하고 이에 반대하는 청명 등 젊은 스님들과 대결을 펼치게 된다. 애교 넘치는 대결 끝에 마침내 재규는 승리를 거두고 절에 눌러앉게 된다. 노스님은 불한당들이 사찰을 망칠 것을 걱정하는 젊은 스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한 표정만 짓는다. 이후에도 젊은 스님들과 재규네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지만, 어느새 서로의 마음이 통해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서울의 중간보스와 연락이 돼 하산 채비를 하던 재규네는 뜻밖의 사건과 부딪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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